6화. 명단

by시노

회의실 문이 닫혔다.

박재현은 부서별 인원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인사팀장이 서류를 넘겼다.

“몇 명이야?”

“일곱입니다.”

“다섯 더.”

재현이 고개를 들었다.

“더요?”

“열둘.”

“어제는 일곱이라고 하셨잖습니까.”

“어제는.”

팀장은 다음 장을 넘겼다.

재현은 잠시 서 있었다.

“기준은요?”

“부서별로 인원 내려보냈어.”

“사람은요?”

“부서에서 받아.”

“오늘까지요?”

그제야 팀장이 재현을 봤다.

“오늘까지.”

재현이 서류를 챙겼다.

문을 열려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재현아.”

그가 돌아봤다.

팀장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됐어.”

재현은 문을 닫고 나왔다.



자재과에서는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서태규 씨.”

“네.”

“아침에 들어온 거 확인했어?”

“했습니다.”

“수량?”

태규가 서류를 넘겼다.

“백이십 개요.”

“백 개 아니고?”

“백이십 개 맞습니다.”

“창고 가봤어?”

“네.”

“알았어.”

태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바카라상 한쪽에 작은 수첩이 펼쳐져 있었다.

한주에서 적어온 상호 아래로 숫자 몇 개가 새로 들어가 있었다.

옆자리 직원이 지나가다 수첩을 봤다.

“뭘 그렇게 적어?”

“가격이요.”

“무슨 가격?”

“그냥 이것저것요.”

직원이 몸을 조금 숙였다.

“한주 거야?”

“네.”

“그걸 왜 적어.”

“또 찾을 수도 있잖아요.”

“누가?”

태규가 펜을 멈췄다.

“저희가요.”

직원이 피식 웃었다.

“너 진짜 피곤하게 산다.”

“저도 알아요.”

서류철 하나가 태규 바카라상 위로 넘어왔다.

“그럼 이것도 해.”

태규가 올려다봤다.

“뭡니까?”

“입고 안 맞는 거.”

“언제까지요?”

“오늘.”

태규가 시계를 봤다.

“지금 주면서요?”

“나도 지금 받았어.”

직원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태규가 서류철을 펼쳤다.

한 장을 넘기다가 수첩을 봤다.

결국 덮어서 서랍에 넣었다.



박재현의 바카라상 위에는 부서에서 올라온 종이가 쌓여 있었다.

영업.

생산관리.

총무.

자재.

재현은 자재과에서 올라온 종이를 집었다.

감축 인원 한 명.

아래에는 몇 개의 이름과 간단한 업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재현의 시선이 한 줄에서 멈췄다.

서태규.

옆자리 직원이 일어서며 물었다.

“점심 안 가요?”

재현이 종이를 뒤집었다.

“조금 있다가.”

“또 그거야?”

“응.”

직원이 시계를 봤다.

“밥 먹는다고 없어질 것도 아닌데.”

재현이 잠깐 종이를 내려다봤다.

“그러게.”

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이는 뒤집힌 채 남았다.



김준석은 수화기를 어깨에 끼운 채 방문일지를 넘기고 있었다.

“오늘은 안 됩니다.”

— 김 대리, 한번만 와봐.

“오늘 두 군데 더 가야 돼요.”

— 잠깐이면 돼.

“뭔데요?”

— 와서 봐야 안다니까.

준석이 시계를 봤다.

“지금 가도 한 시 넘습니다.”

— 괜찮아.

“저는 안 괜찮은데요.”

상대가 웃었다.

— 김 대리 바빠졌네.

“원래 바빴습니다.”

— 그러니까 와.

준석은 볼펜으로 업체 이름을 적었다.

“알겠습니다. 오래는 못 있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옆자리 선배가 물었다.

“또 나가?”

“네.”

“밥은?”

준석이 재킷을 집었다.

“가서 먹죠.”

“뭘 먹어.”

“아무거나요.”

“그러다 탈 나.”

준석은 서류가방을 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어.”

준석이 나가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선배가 수화기를 들었다.

“네, 영업부입니다.”



오후.

자재과장이 종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재현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자재 한 명이라고요?”

“네.”

“누가 정했어요?”

“인원만 내려왔습니다.”

과장이 고개를 들었다.

“사람은 우리가 고르고?”

재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과장은 명단을 다시 봤다.

“참…….”

손가락이 이름을 따라 내려갔다.

한 곳에서 멈췄다.

서태규.

“이거 오늘 줘야 돼요?”

“네.”

“내일까지 안 되고?”

“오늘 취합한다고 했습니다.”

과장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알았어요.”

재현이 일어났다.

문 앞까지 갔을 때 과장이 불렀다.

“박 대리.”

재현이 돌아봤다.

“네.”

과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아닙니다.”

재현이 나갔다.

과장은 혼자 남아 명단을 다시 봤다.

펜을 들었다.

그러다 내려놓았다.



퇴근시간이 지났다.

자재과에는 태규 혼자 남아 있었다.

복사기 버튼을 눌렀다.

기계 안에서 종이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아, 또.”

태규가 덮개를 열었다.

걸린 종이를 잡아당기는데 다른 서류 한 장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주워 들었다.

자기 것이 아니었다.

맨 위에 글자가 보였다.

인원운영 조정안

태규의 손이 멈췄다.

그 아래로 이름 몇 개가 보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태규가 전화기를 봤다.

다시 종이를 봤다.

두 번째 벨.

태규는 종이를 복사기 옆에 내려놓고 자리로 갔다.

“자재과 서태규입니다.”

잠시 듣다가 메모지를 당겼다.

“네. 말씀하세요.”

뒤에서 문이 열렸다.

자재과장이 들어왔다.

태규는 통화하면서 고개만 숙였다.

과장은 복사기 앞으로 갔다.

종이를 발견했다.

집어 들었다.

태규가 전화를 끊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과장이 종이를 한번 들어 보였다.

“이거 봤어?”

“뭘요?”

태규의 시선이 종이 위에 잠깐 머물렀다.

“아뇨.”

“그래.”

과장은 종이를 접었다.

“안 가?”

“이것만 정리하고요.”

“내일 해.”

“네.”

태규가 가방을 챙겼다.

문 앞에서 돌아봤다.

과장은 자기 바카라상에 앉아 있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어.”

태규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과장은 접었던 종이를 다시 폈다.

명단을 천천히 내려다봤다.

한 줄에서 눈이 멈췄다.

서태규.

펜을 들었다.

펜 끝이 종이에 닿았다.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쓰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