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명절의 풍경

by키스톤

명절 전날, 시댁에서 보내는 일상은 늘 같았다.

음식을 만들고, 밤이 되면 그곳에서 잔다.

지척인 거리임에도.

결혼하고 처음 잤던 하루가

이렇게 굳어진 일상이 되었다.

올해는 달랐다.

고3 아들은 저녁이면 학원에 가야 하고,

아침엔 차례상 앞에 서야 한다.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처음으로 명절 전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고

신랑과 동네를 산바카라하려고 현관문을 나섰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명절 전날의 밤이라

뭔가 특별한 것이 나를 맞아줄 것 같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동네 구석구석을 걸었다.

늘 지나던 길인데도 낯설었다.

명절 전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리의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게 보였다.

평소엔 늘 열려 있던 가게 문이 닫혀 있었다.

곳곳에는

명절 연휴 동안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불이 꺼진 가게 앞에는

평소보다 긴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런데 골목을 조금 지나자

어느 술집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사람들은 잔을 부딪치며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늦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리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

다들 나처럼 음식하느라

분주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누군가는 명절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평소처럼 장사를 하고,

누군가는 술집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오니

나에게도 아직 하루가 남아 있었다.

싱크대에는 저녁을 먹고 나온 그릇들이 놓여 있고,

아침에 빨리 나가려고 벗어 놓은 옷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평소 같으면 명절이 끝나고서야 치웠을 것들을

지금, 당장 치우고 있다.

그릇은 그릇대로,

옷은 옷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댁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집에 돌아오니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명절이라 달라진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특별할 줄 알았던 하루는

그저 어제와 다르지 않게,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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