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늙을까.

by키스톤

지인과 글쓰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말했다.

"나는 이제 그런 감정이 안 생겨."

나보다 이십 년을 더 산 사람.

그 시간만큼 쌓였을 경험과 감정 앞에서

나는 오히려 놀랐다.

정말 무뎌질 수 있는 걸까.

감정에도 거북이 등껍질 같은 게 생기는 걸까.


돌아보니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아들 셋을 키우는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형제들은 매일 싸우고

거실에서 던진 공에

물건이 넘어지고 깨지는 날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처음엔 소리를 지르며 혼냈다.

지금은 그냥,


"치워."


한마디로 끝난다.

예상되는 일에는

사람이 무뎌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모든 게 그렇진 않았다.

시험을 보고 온 아이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기다린다.

“오늘 시험 어땠어?” 입안에 이 말이 헛돈다.

문을 열고 아이가 안아달란다.

다 큰 아들이 이런 말을 할 때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아이와 나는

서로의 가슴이 맞닿는다.

따뜻한 온기가 몸을 느슨하게 만든다.

매번 새롭게 아프다.

다시 일어나라고 다독이고

같이 속상해하다가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지인은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나처럼,

반복되는 것에는 무뎌지고

낯선 것에는 여전히

마음이 베는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그 생각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감정도, 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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