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누군가 나를 따라온다.
옆을 쳐다보니 없다. 백미러를 보니 여전히 없다.
그러다 순간, 둥근 보름달이 내 눈과 마주친다.
옛 이야기 속 토끼가 방아를 찧던 그 무늬 그대로였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웃음으로 가득하다.
집에 주차를 하고 나와보니 여전히 내 눈을 떠나지 않는 달이 보인다.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담아보려 카메라를 켠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달을 렌즈에 담으려 줌을 최대한으로 해본다.
초점을 맞춘다. 흔들리는 손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
확인해보니, 내 눈앞에 토끼가 사라졌다.
내게 보이는 달은 어디 갔을까.
퇴근길 내내 들떴던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무늬가 남아 있는데, 눈으로 확인한 달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이유는 안다. 렌즈와 눈은 애초에 같은 것을 보지 않으니까.
꼭 카메라와 내 눈 사이에만 렌즈가 있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옷차림으로 모임에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던 그녀가 있었다.
살랑거리는 골드빛 블라우스, 세련돼 보이던 발목의 라인.
나는 그 옷차림만 보고 그녀에게 부족함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감각이었을 뿐, 형편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옷차림이라는 렌즈로 그녀의 삶 전체를 판단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나에게 새로운 렌즈가 생겼다.
사물을 크거나 작게 왜곡하는 렌즈가 아니라,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렌즈.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의 행동 너머의 뜻을 판단하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까지, 생각까지 내 것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사진첩에 있는 달 사진을 본다. 그리고 다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쳐다본다.
손은 어느새 삭제 버튼을 누르고 있다.
감정까지 담겨있지 않은 사진.
퇴근길 나의 친구가 되어준 달은 내 눈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