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른데,
나는 왜 이렇게 느릴까

by키스톤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어느 날 눈을 뜨면 새로운 기계가 내 앞에 놓여 있고,

어제까지 없던 프로그램이 오늘 당연한 듯 등장한다.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는 '특이점'이 2045년에 온다고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그보다 훨씬 빨리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기술의 속도만큼 우리의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격차는 세대를 지나며 더 크게 벌어진다.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바로 손에 익히는 20대는 사고방식도 그만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반면 마흔을 넘긴 나에게는 기술을 배우는 것 자체가 버겁다.

어느 순간부터 내 생각은 어떤 틀 안에 갇혀서, 그 너머를 상상하는 게 잘 되지 않는다.


얼마 전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이 나왔다.

"요즘 20대는 대출이 안 나와서 집을 못 산대."

순간 낯설었다.

내가 20대였을 때는 집이 인생의 1순위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집보다 먼저 온라인 게임이었다.

그런데 내가 알던 20대와 지금의 20대가 살아가는 세상은 얼마나 달라진 걸까.

어쩌면 불안이 그들에게 집을 사야 한다고 등을 떠미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는 쉽게 흘려들을 수가 없다.

부담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짐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결혼할 때 신랑 신부가 반반씩 부담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왠지 모르게 아들이 결혼할 때는 내가 좀 더 보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때 그 상황에 맞춰 하면 될 일이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니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은연중에 '돈을 더 모아야 한다'는 압박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나의 생각도 변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다만 주변 사람들에게서 "요즘은 그렇게들 해"라는 말을 자꾸 듣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움직인다. 굳어 있던 사고도 아주 조금씩, 자리를 옮긴다.

급변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걸 인정한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생각을 조금씩 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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