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여름 휴가였을까

by키스톤

어디를 가려 해도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

거리는 온통 자동차로 가득하다.

이 많은 차들은 다 어디로 향하는 걸까.

여름휴가철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차들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온 듯하다.


나 역시 휴가를 받았지만

선뜻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막내를 생각하면 어디로든 나가야 할 것 같은데,

고3인 첫째를 생각하면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며칠 집을 비운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으면서도,

그 며칠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첫째가 막내만 했을 때는

무조건 밖으로 나섰었는데.

그새 나도, 우리 집도 많이 달라진 걸까.


신랑도 막내가 마음에 걸렸는지

어디라도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그런데도 나는 선뜻 장소 하나 정하지 못한다.


첫째를 두고 떠나자니 마음이 편치 않고,

막내만 붙잡고 있자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이 여름.

그렇게 우리가 향한 곳은 보문사다.

가는 내내 마음이 어지러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이 자꾸만 밀려왔다.


어떤 종교를 갖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간절함이 어딘가에 가닿을 수만 있다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릴 적 몇 번 다녔던 절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기도를 올린다.

무릎을 몇 번이고 접었다 편다.

평소엔 쭈그려 앉기만 해도 시큰거리던 무릎인데,

기도를 하는 동안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절을 하면 할수록

간절함이 차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보문사를 나서며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본다.

삼대 관음성지 중 하나라

기도발이 좋다는 말을 들었던 곳.


이번엔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아니, 고3 아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그렇게 두 손을 모았다.


첫째를 위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막내를 위한 시간이다.

차를 돌려 해변으로 향한다. 물놀이할 생각에 아이는 벌써부터 들떠 있다.


문득 아침에 던졌던 물음이 떠오른다.

이 많은 차들은 다 어디로 향하는 걸까.

이제는 알 것 같다.

저마다의 차 안에는 저마다 지키고 싶은 얼굴이 하나씩 타고 있다는 걸.

우리 차 안에는 오늘, 두 아이의 마음이 함께 타고 있다.

나 역시, 기도를 해서일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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