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일의 기도

by키스톤

오늘 기준 수능 103일.

엄마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며칠을 곱씹었다.

답은 결국 기도였다.

문제는, 나에게 특별한 종교가 없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어딘가로 달려가 신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한들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나 같은 '짜퉁 신도'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아마 걸러서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었다.

신랑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대답이 심플했다.

"조용히 집에서 기도하면 되지, 꼭 어디를 가야 되냐?"

맞는 말이었다.

그날부터 다짐했다. 아침 일찍, 다들 잠든 사이 조용히 기도를 올리기로.

하지만 결심과 몸은 다른 문제였다.

알람은 어김없이 울렸지만 몸은 이불 속에서 나올 줄 몰랐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 때문에 아침은 더 늦어졌다.

늦잠을 잔 날이면 매번 똑같은 말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일부터 하면 되지.'

'아직 백일이나 남았으니까.'

그 안도감이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게 일주일, 아니 정확히는 이주일이 지났다.

간절함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그냥 몸이 피곤한 걸까.

시간대를 바꿔볼까 잠깐 고민도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방향을 틀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도를 하기로.

시간도, 장소도 상관없는 기도로.

노트 한 권을 꺼내 아이 이름을 적는다.

이 안에 간절한 마음을 눌러 담는다.

수능이 끝난 날, 이 노트를 아이에게 건네고 싶다.

네가 모르는 동안

엄마는 이런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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