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입시는, 부모도 처음이라

by키스톤

갑자기 피로가 밀려온다. 눈을 감아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리가 아픈 건지, 마음이 무거운 건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생각해 보니 이 피로는 아이의 마지막 기말고사 성적을 확인한 그 순간부터 시작된 것 같다.

기말고사를 예상보다 잘 봤다는 말에 잠시 부풀었던 마음.

하지만 중간고사 성적까지 합쳐 전체를 계산해 보니 현실은 달랐다.

부풀었던 기대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순간 처음 실감했다. 아, 입시는 정말 시작됐구나.


9월 모의고사가 끝나면 곧바로 원서를 써야 한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으로 원서를 쓰겠지만, 아무 준비 없이 그 자리에 앉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3년 동안 쌓인 성적표를 들고 입시 컨설팅을 찾았다.


그런데 컨설팅을 알아보는 사이에도, 아이는 나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며, 스스로 갈 수 있는 적정 대학과 상향 지원 대학을 직접 찾아보고, 모집 요강을 읽고, 전형을 비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미안해졌다. 부모라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나는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함께 배우는 사람에 가까웠다.

대학마다 전형이 다르고, 학과마다 기준이 다르다. 평균 등급, 70% 컷,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면접형, 서류형…. 아이가 혼자 마주하고 있던 건 이렇게 복잡한 세계였다.



입시에 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나는 그저 컨설팅을 받으면 길이 조금은 선명해질 줄 알았다. 안개 속에서 누군가 손을 잡아주듯, "이 학교가 가장 적합합니다."라는 답을 들을 거라 막연히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리 제출한 성적표를 바탕으로 몇 개 학교를 추천받았지만, 컨설턴트도 결국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었다.

아이는 추천받은 대학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나 역시 가장 잘 나온 성적만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우리의 성적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선택은 우리 몫이었다.


그때부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인문논술을 준비할 것인가, 수리논술을 준비할 것인가.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어느 길이 더 유리한지, 어느 대학이 더 가능성이 있는지. 누구도 확신 있게 답하지 못했다.

입시는 이런 선택의 연속이었다. 성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전형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끊임없이 판단해야 했다.


뉴스에서는 매년 입시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직접 마주해 보니 어려운 이유는 경쟁 때문만이 아니었다.

정보가 너무 많다.

선택지는 넘쳐나는데 정답은 없다.

부모는 며칠 공부한다고 이 구조를 이해할 수 없고, 아이 역시 자신의 성적으로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지 확신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입시가 성적 싸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겪어 보니, 입시는 정보와 선택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입시는 부모도 처음이다. 아이도 처음이고, 부모도 처음이다.

누군가는 컨설팅을 받고, 누군가는 설명회를 다니고, 누군가는 밤늦게까지 입시 카페를 뒤진다. 모두 같은 이유다. 혹시라도 더 좋은 선택을 놓칠까 봐.

입시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가장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입시를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경쟁 때문이 아니라, 정답 없는 선택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오늘 밤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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