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했다.
언제 연락이 올까 싶어 기다렸는데, 막상 그날이 되자 긴장감이 먼저 찾아왔다.
아이가 공부를 잘했다면 이런 마음도 없었을까.
아니면 부모라는 자리는 원래 이런 것일까.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아이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아야 하는 시간. 고3 학부모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교무실로 향했다.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축구를 했다. 공이 튀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평범한 풍경이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나는 지금 대학 이야기를 하러 가는데, 저 아이들은 아직 오늘의 햇살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전날 밤, 아이와 대학 이야기를 했다.
대학 몇 곳의 이름을 적어 보았다.
성적이 닿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르면서도.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도착했다는 카톡을 보내자 아이가 교실에서 내려왔다.
담임 선생님의 자리도 얼굴도 잘 모르는 엄마.
생각해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상담실로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선생님의 컴퓨터 화면에는 여러 자료가 떠 있었다.
선배들이 어느 대학에 합격했는지, 몇 점대로 지원했는지, 1차 합격 후 최종 탈락한 기록까지.
그리고 그 옆에 우리 아이의 성적표가 있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상담이 시작됐다.
선생님은 아이의 성적으로 가능한 대학들을 하나씩 이야기해 주셨다.
가끔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 학교는 상향입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대학도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자료를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시 상향이라는 말을 꺼냈다.
정시와 수리논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수리논술을 잠시 내려놓고 정시에 집중하기로 했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작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보내고 싶은 대학.
아이가 가고 싶은 대학.
그리고 아이가 갈 수 있는 대학.
그 세 개는 모두 달랐다.
수능 전의 시간은 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정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 채 각자의 희망을 붙들고 있는 상태.
상담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우리 옆자리엔 상담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물어보니 SKY를 바라볼 수 있는 아이라고 했다.
순간, '그럼 우리 상담은 의미가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말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었지만, 스쳤다.
성적에 따라 상담의 내용도, 깊이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조금 씁쓸했다.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그대로 누워 한 시간을 잤다.
저녁 식사를 하며 남편에게 상담 내용을 이야기했다.
한숨이 나왔다.
그러다가 희망도 나왔다.
그 두 가지가 번갈아가며 식탁 위를 맴돌았다.
그래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결과는 아직 오지 않았다.
매일 반복하는 공부가 눈에 띄지 않아도, 언젠가는 쌓인 만큼의 모양을 만들 것이라고 믿고 싶다.
오늘 상담에서 들었던 대학 이름들이
11월이 지나고 나면
아이가 진심으로 가고 싶어 하는 대학 이름으로 바뀌어 있기를.
그렇게 조용히 바라본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왔다.
별말은 없었다.
하지만 알 것 같았다.
그 짧아진 머리카락 속에
아이 나름의 다짐 하나가 들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