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꿈을 꾸었던 나 그리고 에피소드 - 신입사원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제조업체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종합무역상사의 존재감이 조금씩 바래 갔다. 일본 종합상사가 1980년대 ‘상사의 겨울시대’를 맞이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유사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 무렵 나는 삼성물산에 입사했고, 그룹의 모태라는 DNA 때문에 물산인의 자부심은 그룹에서 최고였다.
신입사원, 얼마나 가슴 설레는 단어인가! 나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서울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도심 속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에 살짝 긴장되었다. 첫 출근부터 회사의 친절과 배려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나와 같은 X세대는 MZ세대처럼 자신들의 색깔을 사무실에서 드러낼 수 없었다. 먼저 회사에서 요구되고, 해야 하는 일을 충실히 해야 했다.
삼성에 입사 후 연수과정을 마치고 서울시청 앞 삼성본관에 출근했다. 아버지께서 오셔서 내 첫 출근 준비를 도와주셨는데, 하루는 남대문 시장에 양복을 사러 갔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양복을 산 뒤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버지는 남대문 제품이 싸고 질이 좋다고 생각하시고 10만 원을 주고 샀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촌사람들이 바가지를 썼다.
내 양복은 붉은 벽돌 색이었는데, 첫 출근을 해서 보니 선배들의 양복은 블루나 그레이 등 차분한 색이었다. 선배들이 아마 나를 이상한 놈으로 생각했을 것 같았다. 얼마 뒤 남대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나의 첫 출근은 피에로 같은 양복으로 시작되었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나는 부산 말투의 촌놈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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