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앉아 있었다.
길 가던 어느 벤치에서.
8월까지만 해도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밤 잠에서 깨고,
낮엔 걸어 다니기만 해도 땀이 나곤 했는데,
9월이 되고 가을이 오며,
하늘이 높아지니 바람 마저 이렇게 선선하다.
하루 종일 정신 없이 일하고 회의하고,
지시하고 보고하는 삶.
저녁엔 국밥 한 그릇 먹고, 남아서 그날 처리하지 못했던 일들 처리하고, 주말까지도 나와 일을 하곤 하는데,
오늘 시원한 바람에 사무실로 걷던 길을 잠시 멈췄다.
등산길에도 잠시 숨 돌리며 목 축이며 경치를 보는 것이 필요하면서도 사실 산행하는 기쁨인데,
정상만 향해 쉼 없이 가다 보니 지치고, 정작 정상에 오르고 가장 멋진 경치를 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기까지 한다.
그런 삶의 이치를 잘 알면서도 나는 앞으로 걷기만 하며 사람에 치이고 지치곤 한다.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달리다 집에 오면 쓰러져 자고 새벽부터 깨어 다시 출근하는 삶.
불러주는 곳이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갈 곳이 있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며 배 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인생엔 늘 중도가 (balance) 있는 법.
잠시 쉬어가도 좋습니다 라는 말이,
택시를 탈 때도 빨리 빨리를 외치고, 엘리베이터의 문 닫힘 버튼에 가장 많은 지문이 묻어 있는 우리네 삶에서 왜 공감을 얻겠는가.
압박 받고 지치고 stress 받아가며 정신과마저 줄을 서고 예약하지 않으면 가지 못한다는 세상에서,
이렇게 주말에 사람 없는 곳에서, 차를 비롯한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까치 소리 들으며 가던 길을 멈추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이런 것이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평일 어느 날에는 반차라도 써야겠다.
늦잠이라도 자던지, 남들보다 회사를 빨리 나와 다른 사람들 일할 때 한적한 공원이라도 걸으며, 못 쓴 여름 휴가 대신이라도 할 참이다.
2주만 더 잘 보내면 곧 추석이고,
그땐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바람도 참 좋고, 하늘도 멋진 여유로운 주말.
기꺼운 마음으로 한 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