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침 출근을 하는데 팀원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집에 수전이 문제가 생겨서 출근 조금 늦게 하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오전반차를 쓰세요.”
라고 했더니,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위의 임원.
그리고 과장급인 이 친구 밑에 사원 친구도 있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할지,
안타까웠습니다.
아무래도 5분만 늦어도 경위서 쓰게 하는 칼 같은 대기업 문화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작은 회사에서만 근무를 해보아서 대충 대충 서로 서로 이해하는 것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카톡으로 소통한 것 뿐만 아니라,
요즘 웬만한 회사는 출퇴근 기록이 Gate 통과 등을 기준으로 다 찍혀서, 오점을 남길 텐데 ㅉㅉ
“담당하는 사람도 실제 없고, 회사 사람들 많아서 누가 안 봐요?”
라고 하지만,
회사에서는 필요할 때 보는 것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 짜를 때.
안 써봐야 휴가비도 얼마 안 나온다며 그렇게 휴가 잘 쓰던 친구가,
0.5일 아깝다고 저러는 걸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팀 전체 인원 출퇴근 기록을 보았습니다.
가능하면 10분 전에는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좋으련만, 8시 아슬아슬하게 오거나,
아니면 조금 넘어서 오거나.
평상시에는 말 하지 않지만,
승진이나 팀장, 임원 선임 때 다 말하지요.
“저 친구는 이러 저러해서 안돼. 근태가 저 모양인데.
술만 마시면 늦게 기어 나오고.”
그런 적나라한 현실을 모르고, 그저 평온해 보이는 사무실에서 안도감에 취해 있다 보면 나중에 불이익을 당하고,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상한 상사를 만나는 등 소위 Bad Luck도 있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자초하는 사람이 반 이상입니다.
그러다 문득 제 출근 기록을 보았습니다.
두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했더군요.
평일 뿐만 아니라 토요일, 일요일과 휴일까지 모두 출근해서 일했고,
이전 두 달이니 한 여름에 남들 다 갔다 오는 휴가도 다녀오지 못한 것이었지요.
성실히 할 때는 그냥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공부하고, 연습하고, 일한다 라는 말과,
중고교 시절부터 학원을 못 다녀서 그냥 앉아서 죽치고 될 때까지 한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마치 수험생 아니, 대학시절 고시생 마냥 계속 일만 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떤 사람들은,
Stress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고 묻는데,
야근하고 퇴근하면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 stress는 무슨.
그냥 출퇴근 때와 점심 먹고 쪽잠 자고,
저녁 먹고 회사 근처 한 바퀴 산바카라하는 정도.
주말엔 그래도 아침부터 출근하지 않고 가족들과 온라인카지노 (여기서 나오는군요)
함께 먹고 오후에 조금 여유 있게 나와서 일 보는 것이,
삶의 작은 행복이라면 행복 같습니다.
그러다 이번 추석 연휴를 맞이 했지요.
나흘간의 연휴.
남들은 짧다고 하지만, 예전 같으면 휴일이 오기 전에,
전날엔 머 하고, 첫째 날엔 머 하고, 둘째 날엔 어디 가고 계획하는 재미에 살았는데,
지금은 맡은 조직에 일은 많은데, 사람은 적다 보니 직접 하고, 조직 관리 하다 보니 어느새 휴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욱이, 밑의 직원들은 짧은 명절 연휴에 귀성길 배려한다고 일찍 퇴근 시키고,
회의 좋아하시고 집에 가면 딱히 할 일 없으셔서 늦게 가신다는 임원 모시고 회의 시작.
지난 주는 짧아서 한 일도 많지 않은데,
(물론, 짧다고 끝내자고 다들 저에게는 달려와서 더 힘들었지만)
다음 주 준비하겠다고 시작한 1시간 회의가,
잔소리 더해지니 2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회의 악마.
그리고, 무개념 해외 영업 친구들은 또, 하필 이런 날,
미리 얘기했던 conference call 일정을 그나마 정시 퇴근 시간인 오후 5시에 잡았네요.
그때부터 문제 해결 목적이 아닌, 개념 못 잡고 넋두리, 알맹이, 결과 없는 회의 한 시간 반.
녹초가 되어 집에 가고 싶은데,
수고 했으니 식사 하고 가자는, 말 많은 임원 분에게 끌려가,
또 한 시간 넘게 식사 및 대화 partner가 되어 드렸지요.
‘이러니 다들 같이 밥 안 먹으려고 기를 쓰고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피하지.’
연휴 전날 야근하며 목구멍까지 이 말이 올라 왔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떠올리며,
웃으며 추석 명절 잘 보내시라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5만 원짜리 커피 쿠폰 명절 선물이라며 챙겨주는 정도의 사람은 되니까요.
그리고, 불려 다니느라 끝내지 못한 일들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서니 저녁 9시.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치이느라 집에 오자마자 씻고 잠들었습니다.
다행히 내일 목요일인데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작은 부담감 덜고요.
하지만, 추석 명절이 아닌, 미국 친구들은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협의하자고 새벽에 mail과 WhatsApp message를 보내고 기어코 휴일 오후에 나와 미국 일도 처리하고, 일하다 보니 생각난 일들도 미리 처리하며 연휴 첫 날을 보냈지요.
요즘 일을 같이 많이 하는 타 부서 후배도 나왔길래 저녁 먹으며 신세 한탄하고 퇴근.
오늘은 연락이 오지 않겠지. 하는데,
다행히 급한 연락은 없었습니다.
무시(?) 까지는 아니고, 나중에 처리해도 되는 mail과 일들.
그렇게 두 달여 만에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온전히, “나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짧게라도 혼자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지요.
심심해서 이것 저것 보고 있는데,
눈에 띈 “Starcraft”
요즘 친구들은 LOL (League of Legends) 인데,
제가 어릴 때는 “스타” 였거든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헌터 맵에서 4:4 game도 많이 하고,
전설의 프로토스 user로 battle net에서 500승 50패 하며,
밤새 게임도 하고 그랬었는데,
해외 지사 시절 심심해서 한 번씩 했던 이후로 한 5년 만에 질럿을 뽑아 보았습니다.
AI 시대라 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런 것도 참 좋아졌더군요.
다운 받으려면 찾고 깔고 하다 힘들어서 포기한 적도 있는데,
AI에게 묻고 따라 하니 blizzard 공식 site에서 무료 다운해서 play할 수 있더라구요.
그렇게 가족들 다 자고,
혼자 밤에 바카라상에 앉아 몇 시간 했는데,
그게 그렇게 꿀이고 재미 있을 줄이야.
안 한 지 꽤 되었는데 단축키며 게임 운영도 금방 손에 익었습니다.
TV나 Drama를 보던가, 아님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밥 먹는 것도 귀찮고, 화장실 가는 것도 귀찮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간만에 손목 저리게 몇 시간 play 하고 새벽이 오는 걸 보며 잠들었습니다.
‘이제 여한이 없다. 역시 살아 있길 잘했어.’
회원 가입하며 computer에게 내가 사람인지를 증명해야 하는,
웃지 못할 파고를 넘으며 기어코 다운 받아 play 했는데 보람이 있었습니다.
Stress 해소란 이런 건가.
그리고, 오전에 가족들과 식사 하고 회사에 오니,
하루 쉬고 와서 그런지 약간 낯설기도 하고, 덜 지겹고 그랬습니다.
‘이래서 한 번씩은 손을 아예 내려 놓고 잊어 버리라고 하나.’
텅 빈 사무실은 마치 나만을 위한 넓은 도서관처럼 느껴졌고,
1000개가 넘게 쌓인 e-mail과 다운로드에 있는 file들을 정리하다 보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불필요한 서류도 정리하고, 서류함도 정비하고.
연휴란 푹 쉬라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새 일 중독, 일 벌레 비슷하게 살고 있는 저에겐,
이렇게 정리하는 시간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행복입니다.
밀렸던 일도 잘 해결되고, 또 기다렸던 시간들도 다가오니 좋고,
오랜만에 어렸을 때 했던 게임도 해보고,
이렇게 바빠서 자주 쓰지 못했던 온라인카지노 글도 써보고요. ㅎ
잠시 쉬어가는 것은 이래서 필요한가 봅니다.
아무리 먼 길도 잠시 쉬며 목 축이고,
배 고프면 식사도 하고 한 숨 자고 가면 멀리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인생이라는 마라톤.
이렇게 쉴 땐 쉬면서 천천히, 꾸준히 가보려 합니다.
아직 토요일이라 하루 더 남은 일요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10월 5일 (월)은 개천절 휴무이고, 9일 금요일은 한글날이라 3일씩 쉴 수 있으며,
그 중간엔 3일만 일해도 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저만의 연휴를 만끽해 봅니다.
내일은 여유 있는 김에, 10월 18일 예정된 온라인카지노 대상에 응모할 글들을 써보고 정리해 볼까요? ㅎㅎ
좋은 추석 휴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