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치유-
난 위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야. 마음이 아픔으로 가득한 날에도 예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 그런데 문득 릴스를 보다가... 어느 그림 작가분께서 어두운 그림, 감정을 색과 형태로 그려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셨어. 생각해 보니, 나는 매일 예쁜 그림, 남들이 보면 "못 그리지는 않았네?" 하는 정도의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
내 인스타 그림 주소야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봐도 돼. bit.ly/4x0ftUz
(요즘은 잘 안 그려... 일 다니는 동안 집에 오면 쓰러져 자기 바빴거든...)
그래도 몽글몽글 내 안의 아기 같은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었는지, 그런 그림들만 그리게 되더라? 그런데... 말이야... 내가 그동안 명상을 하면서 버텨온 지난 아픔들이 쏟아져 나왔어...
그대로 수화기를 들었고, 죽고 싶다고 했지. 늦은 저녁까지 문이 열린 병원을 추천해 줘서 그 길로 허겁지겁 약을 처방받았어. 그리고 갑작스럽게 취업을 하고 또 아프고, 과로사하기 직전에 다시 그만뒀어. 아주 잠시, 난 뭐에 홀린듯한 세상에 들어갔다가 나왔어.
모르겠어 이런 일들이 대체 왜 이렇게 날 찾아왔는지는...
그래서 오늘은 다른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 그냥 대충 잡히는 오일파스텔하나 꺼냈어. 종이는 수채화용지가 커서 거기다가 그려.
사실 난... 늦은 나이에 바람이 불어와서 지금 만화를 계획 중이야. 조바심도 나고 다시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혼란스럽지만 몸이 회복되고 나면, 다시 씩씩해지겠지? 일을 하면 너무 열심히 해서 번아웃이 오는데
이번에는 열심히 + 휴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고, 일하는 동안 시야가 흐려졌어.
더 이상 버티다가 숨이 가빠서 쓰러질 것 같았고 구역질이 났어. 지켜지지 않는 휴일... 퇴사를 미리 말해둔 상황이었고 버텼어. 그런데 그날은 몸이 이제 그만해 달라고 하는 것 같았어.
그냥 오래 그렇게 살았어. 남들은 편안하게만 살았으니 모른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거든.
나도 똑같이 아프고 슬프고 더 아프고 버텼고, 견뎠어.
바람이 불어와서 이 슬픔을 다 가져갔으면 좋겠어. 이별이 남긴 아픔도 아직까지 날 괴롭히고,
난 견디지 못하고 병원약을 처방받아먹고 있어.
ADHD진단을 받고, 안정제와 우울증 약도 먹고 있어.
일 할 때는 너무 바빠서 내가 약을 먹고 있다는 것도 잊었어.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
나는 지금 내 고통과 싸우고 있어.
두려움이 무뎌지니... 다시 화가 오르고... 화가 사라지면 무기력해져. 그리고 또 또르르... 세상에 기댈 나무가 너무나 많은데 왜 난 한 번도 마음 놓고 기댈 곳이 없었을까? 한탄을 해보았지만, 그들도 기댈 곳이 없었더라... 다 가여운데 또 가여운 내가 있을 뿐이었어.
좀 더 단단하게 슬픔으로 지탱 중이야. 난 슬픔이란 감정을 이용해서 기대고 있어.
그 홍수 같은 마음이라도 지금은 위안이 되니까.
그리고 좀 더 냉정해지고 싶어. 그래 난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로 했어.
그것은 욕심이 생기고, 서운해지고 마음대로 하고 싶어지는 것들이잖아.
난 그래서 이제 축복하지 않기로 했어. 그대로 난 사람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
냉소적이어도 그렇게 살기로 했어. 마음에 문을 닫고 약을 먹으면서 삶의 끝에 갔을 때 절대로 후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
난 더 이상 거짓말 하지 않을 거야. 싫으면 싫다고 할 거고, 불쾌하면 불쾌한 표정을 지을 거야. 화도 내고
욕도 할 거야. 그리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할 거야.
지금의 이러한 마음들이 치유를 시작하면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삶이란 이런 것이란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걸까?
이유도 모른 채, 날 싫어하던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어.
"나도 단 한 번도 당신들 좋아한 적 없었어. 다만 난 당신들이 나처럼 상처받기를 원치 않았을 뿐야. 나는 당신들과 다른 사람이니까."
그래 난 좋아한 적이 없었어. 그런 척한 것뿐이야. 그들이 외로워 보였고, 결핍해 보였어. 아파 보였고, 나도 아팠으니까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야.
이제는 아니야. 그들의 결핍과 슬픔들에 무감각해졌고, 그들의 눈물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더 이상 말하지도 들어주지도 않기로 했어. 시답잖은 이야기들 나도 재미없었거든.
난 몇 시간이고 하노이탑 쌓고, 스도쿠도 하고 체스 두고 사진도 찍고 독서토론도 하고 조용히 그냥 있는 게 좋아.
일할 때는 일만 하는 게 좋고, 짜증 내고 분풀이하는 그들의 감정 따위 날파리처럼 거슬려.
그래, 그냥 그게 나야. 난 좋은 사람 되기 싫어. 나쁜 사람 되기도 싫고, 그냥 난 나 좋아하는 거 하며, 치료받고 그렇게 살래.
그러니까 너도 그냥 너로 살아.
너 좋아하는 거 하고, 날파리랑 싸우다 보면 어느 순간 혼자 허공에 손짓하고 있더라...
웃프다.
현실은 그렇게 꿈결 같지만은 않지? 꽃길도 비료 주면 똥냄새나는 것처럼... 똥길에도 꽃은 자랄 수 있어.
다 그게 그러더라고.
비료 더미에 피어났다고 해서 꽃을 똥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그냥 다 영양분이다~
생각하고 오늘은 견뎌볼래.
너도 그냥 너 하고픈대로 살아. 나는 오늘 이런 마인드로 살 거야.
"똥길에도 꽃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