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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첫 월요일, 그룹투자심의는 세인화학 인수의 정밀 실사 개시를 의결했다.
인수가액 협상 범위 일조 이천억에서 일조 오천억. 태원 오십 년 역사에서 가장 큰 인수였고, 사내에서는 벌써 '세기의 인수'라는 말이 돌았다. 킥오프 회의에서 장도원 부회장은 실사단 명단을 직접 읽었다.
마지막 이름에서 그는 잠깐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전략실 강이준 대리. 지난번 예비 검토에서 이 거래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친구입니다. 그래서 넣었어요. 브레이크가 성한 차만 속도를 낼 수 있으니까."
웃음이 회의실을 돌았다. 장도원은 웃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덧붙였다.
"다만 강 대리. 이번엔 브레이크가 아니라 엔진도 겸해줘야겠어. 이 거래는 성사가 전제야. 문제를 찾으면 깨는 쪽이 아니라 고치는 쪽으로 찾아요."
성사가 전제인 실사. 형용모순이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 인수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회의실의 전원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소재는 그룹의 다음 십 년이었고, 다음 십 년을 자기 손으로 가져오는 사람이 다음 회장이 된다.
자금 구조가 판을 더 꼬았다.
인수 주체는 태원홀딩스였지만 일조가 넘는 돈을 홀딩스 혼자 낼 수는 없었다. 재무팀이 짠 조달안에는 계열사 공동 출자가 들어 있었고, 출자 비율표의 둘째 줄에 태원유통 이천억이 적혀 있었다. 유통의 곳간을 열어 오빠의 대관식 비용을 대라는 청구서였다.
"내 답은 들었을 텐데."
장하린은 특별과제팀이 배석한 조달 구조 회의에서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유통은 내년에 물류센터 두 개를 지어야 해요. 이천억을 빼주면 내 사업 계획이 죽어요. 오빠 사업 계획을 위해서."
"하린아. 그룹 전체의 그림을—"
"그룹 전체의 그림에 왜 내 물감만 쓰냐고요."
남매는 존댓말과 반말 사이 어딘가의 언어로 삼십 분을 싸웠다. 결론은 나지 않았고,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결론이었다. 이 인수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승계의 문제로 공식 등록된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장하린이 이준의 옆을 지나며 낮게 말했다.
"강 대리. 대양테크 명부, 아직 안 늦었어요."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갔다. 십일월의 장하린은 사월의 장하린보다 급해 보였다. 급한 사람은 실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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