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전속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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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잭슨

"감사 접수번호 700-14."

문재욱은 인사도 없이 그 번호부터 발음했다. 저녁 여덟 시의 전무실. 손글씨 라벨의 서류철들이 스탠드 불빛 아래 각을 맞추고 있었다.

"노경환이 물고 있는 게 뭔지는 나도 봤다. 발신 안 된 메일, 열리지 않은 회의, 몸 없는 열람. 재미있더군."

"오해가 있는 기록들입니다."

"오해라."

문재욱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강이준. 나는 자네를 일 년 가까이 봤어. 요약표 만들던 인턴 때부터. 그동안 자네가 맞힌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봤지. 오발송 사고를 하루 전에 막았고, 로지스 팔백억을 잡았고, 유출을 유출되기 전에 막았고, 폐기될 문서를 폐기 전날 살렸어. 하나하나는 실력이라고 치자. 그런데 목록으로 놓고 보면 실력이라는 단어가 좀 모자라. 실력은 타율이 있는데 자네는 타율이 없어. 전부 맞혔으니까."

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도 진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 방에서는 어떤 문장도 침묵보다 위험했다.

"어떻게 하는 건지는 안 물어볼 거야."

문재욱이 말했다.

"사람마다 영업 비밀이 있는 법이니까. 점쟁이를 쓰는 건지, 도청을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남들이 못 보는 걸 보는 눈이 달린 건지. 관심 없어. 나는 방법을 안 사. 결과를 사지."

그는 서랍에서 얇은 파일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 감사실 접수 문서의 사본이었다.

"700-14는 전산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로그 정합성 오류로 정리될 수 있어. 전산 투자 예산을 늘리는 근거 자료로 쓰면 다들 좋아할 결론이지. 노경환도 위에서 프레임을 잡아주면 거기 맞춰서 종결해. 그 사람은 기록의 신자지 순교자는 아니거든."

"조건이 있으실 텐데요."

"전속."

문재욱은 그 두 글자를 아꼈던 사람처럼 발음했다.

"지금처럼 팀으로 말고, 나한테 직접. 내가 지정하는 사안을 내가 정한 순서로. 보고서에 자네 이름이 필요할 땐 자네 이름으로, 내 이름이 필요할 땐 내 이름으로. 대신 자네가 넘어지면 내가 받아. 감사도, 인사도, 정치도. 이 회사에서 나만큼 튼튼한 우산은 없어."

우산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준의 몸에서 먼저 반응한 것은 계산이 아니라 안도였다. 지난 일주일, 그는 새벽마다 감사실 면담실의 세 묶음 서류가 나오는 꿈을 꿨다. 우연이 세 번이면 설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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