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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는 새벽 두 시 사십 분에 왔다.
"운주에서 터졌습니다."
배진수의 목소리는 잠이 덜 깬 것이 아니라 잠이 확 달아난 사람의 것이었다. 이준은 택시 안에서 뉴스 속보를 보았다. 태원케미칼 운주공장 화재.
폭발음 수차례. 야간작업자 다수 고립. 화면 속에서 오렌지색 불기둥이 겨울 밤하늘을 핥고 있었다.
신설 코팅 공정동이었다. 구십 일짜리 공사의, 야간 돌관작업 구역.
상황실이 된 27층 대회의실에는 새벽 네 시에 이미 삼십 명이 있었다. 소방 무전이 스피커로 중계되고 있었다.
고립 인원 구조 완료 여부 확인 바람. 셋 나왔습니다. 넷째 못 찾았습니다. 다시. 넷째 못 찾았습니다.
새벽 다섯 시 반, 고립 인원 명단이 팩스로 왔다. 야간조 배치표와 대조한 수기 명단이었다. 급하게 쓴 글씨 일곱 줄.
홍유진이 그것을 읽어 내려가다가 화이트보드에 옮겨 적었고, 이준은 세 번째 줄에서 숨이 멎었다.
조성만(정비1반장).
수아 아빠. 배관 이격을 다시 봐달라던 사람. 오 분만 직접 말씀드리고 싶다던 사람. 캘린더의 파란색 작은 네모.
"강 대리? 왜 그래요."
홍유진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이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하는 자기 목소리가 남의 것 같았다.
아침 일곱 시, 숫자가 확정되기 시작했다. 사망 삼. 심정지 일.
중상 아홉. 화이트보드의 숫자를 고칠 때마다 매직 뚜껑 여닫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서른 명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가 일제히 내렸다. 여덟 시에 심정지 한 명이 사망으로 넘어왔다.
사망 사. 이번에는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다들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각자의 모니터만 보았다.
여덟 시 십오 분, 이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주간 일정 미리 알림이었다.
『다음 주 일정: 조성만 반장 면담 (화) 14:00』
이준은 그 알림을 오래 보았다. 지우지도, 닫지도 못하고. 화면이 저절로 어두워질 때까지.
아홉 시 개장과 동시에 태원홀딩스는 팔 퍼센트 빠졌고, 케미칼은 하한가에 붙었다. 열 시에 첫 단독 기사가 나왔다. 『[단독] 참사 부른 90일 돌관공사… "3월 가동" 무리수 정황』.
열한 시에 두 번째. 『세인화학 '산재 은폐' 공정, 태원이 그대로 가져왔다』. 기사 문장들이 정확했다.
내부 문서를 본 사람의 문장이었다. 어느 라인에서 새는지 이준은 짐작할 수 있었고, 짐작이 맞는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정오의 긴급 사장단 회의는 회의가 아니라 참호전이었다.
"공기 구십 일은 케미칼이 잡아 온 겁니다."
"공기 단축은 통합 시너지 조기 실현이 그룹 방침이었기 때문이고—"
"방침이 야간 용접을 하라고 했습니까!"
유상범 사장의 얼굴은 흙빛이었고, 그 흙빛 위로 각 계열사 사장들의 시선이 삽처럼 오갔다. 바카라임의 매장지를 고르는 시선들. 문재욱은 회의 내내 발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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