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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화학이라는 이름이 그룹 문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팔월 말이었다.
이차전지 분리막 소재 회사. 비상장. 창업주 일가 지분 육십 퍼센트.
장도원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신사업 인수 후보였고, 예비 검토 보고서는 이미 장밋빛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특별과제팀에는 '리스크 관점 검토 의견'이라는 형식적인 숙제가 떨어졌다. 형식적인 숙제라는 것은 첨부된 회신 기한이 말해주었다.
나흘.
"나흘이면 도장 찍으라는 얘기죠."
배진수가 하품하며 말했다. 이준은 재무제표를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
"이 회사, 삼 년 연속 매출이 사십 퍼센트씩 늘었네요."
"그러니까 사는 거 아니에요? 크는 회사니까."
"그런데 매출채권이 매출보다 빨리 늘어요. 회수 기간이 구십 일에서 백육십 일로 늘었고요. 파는 만큼 돈이 안 들어온다는 뜻인데."
이준은 주석을 뒤졌다. 장기공급계약 매출 인식 기준. 계약 체결 시점에 물량 일부를 선인식. 고객사 세 곳의 이름은 비공개. 가동률 구십오 퍼센트라는 회사가 전력 사용량은 전년과 같았다.
"홍 과장님. 이 공장, 정말 구십오 퍼센트로 돌고 있으면 전기를 뭘로 아낀 걸까요."
홍유진이 보고서를 받아 십 분을 읽고, 안경을 벗었다.
"팔리는 물건이 아니라 팔릴 예정인 물건으로 만든 매출이네. 성장률이 아니라 성장각본이야, 이건."
리스크 검토 의견은 기한 내에 나갔다. 세 장. 매출 인식 기준의 실사 검증 필요, 전력 데이터와 가동률의 불일치 소명 필요, 비공개 고객사 실재성 확인 필요.
결론은 '인수 반대'가 아니었다. '이 세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가격을 논할 수 없음'. 반대는 정치가 되지만, 확인 요구는 절차가 된다.
이준은 이제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이었다.
보고서가 올라간 지 이틀 만에 그룹투자심의가 열렸고, 예비 검토는 '정밀 실사 후 재상정'으로 뒤집혔다. 장밋빛 보고서를 만들었던 신사업추진실은 사색이 됐다는 후문이었다. 그리고 그 후문 끝에 예상 밖의 문장이 붙어 왔다.
부회장이 웃었다더라.
"부회장님이 회의에서 그러셨대요. '이런 걸 거르라고 실사를 하는 거다. 전략실 검토 의견 낸 친구, 실사팀에 넣어라.'"
홍유진이 전한 말에 배진수가 물었다.
"칭찬이에요, 그거?"
"소유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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