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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이준은 기안문을 다듬었다.
『기록물 보존연한 재산정 요청의 건』. 조기 경보 지표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과거 십칠 년 치 회계 기록의 백테스트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폐기 대상 중 회계·계약 기록물의 보존연한 재산정을 요청한다. 논리는 매끄러웠고 명분은 공적이었다. 월요일 아침에 기안은 전자결재에 올라갔다.
반려는 화요일 아침에 왔다. 반려 사유는 한 줄이었다. '보존연한 규정에 따른 폐기 원칙 유지.' 결재선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중간 협조 부서에 총무, 그리고 참조란에 그룹 전략실이 있었다.
그리고 화요일 오후, 폐기가 하루 앞당겨졌다는 것을 이준은 문서고 앞에서 알았다.
지하 2층 복도 끝에서 산업용 파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외주 업체 작업복을 입은 남자들이 상자를 나르고 있었고, 상자 옆면의 연도 라벨이 이준의 눈을 스쳤다. 십칠 년 전. 청람의 해.
"폐기 수요일 아니었습니까."
"일정 당겨졌다던데요. 위에서."
작업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음 상자를 밀어 넣었다. 종이가 갈리는 소리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부드러워서 끔찍했다.
아버지의 사고를 설명할 수 있었을 숫자들이, 국수 가락처럼 얇게 썰려 마대에 쌓이고 있었다.
이준의 기안이 방아쇠였다. 그것을 깨닫는 데는 파쇄기 소음 십 초면 충분했다. 폐기 목록에 관심을 보이는 기안이 올라오자, 누군가 폐기를 앞당긴 것이다.
관심이 곧 경보였다. 이준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았다. 상대의 손이 닿는 결재선에, 자신의 패를 올려놓은 것.
밤 열한 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강이준 씨."
서린이었다. 목소리가 낯설었다. 정확함이 벗겨진 목소리.
"보안팀에 있어요, 지금. 문서고 무단 반출 시도로."
"뭐라고요?"
"파쇄 전 상자에서 사본을 뜨다가 걸렸어요. 열람 신청이 반려돼서, 방법이 없어서."
그녀는 잠깐 말을 멈췄다.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징계위 회부될 거래요. 변명은 안 할게요. 규정을 어긴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 전화는—경위서에 적을 수 없는 전화는—당신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어요. 강이준 씨. 그 상자들 안에 뭐가 있었는지, 나 알아야 했어요. 십오 년을 알아야 했어요."
십오 년. 한승규가 잘린 지 십오 년. 이준은 벽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았다.
볼펜의 떨림이, 봉인된 파일이, 두고 간 사내보가 한 줄로 꿰어졌다. 이 사람은 그 이름의 무엇이다. 딸이거나, 조카거나, 어느 쪽이든—이 사람도 십오 년짜리 상자를 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것이다.
"윤 대리님. 내일 밤까지만 버티세요."
"……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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