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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오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였다.
세 번째 독대는 저녁 일곱 시 반, 비서실이 퇴근한 뒤였다. 이준이 최상층 복도에 들어섰을 때 민완기 실장의 바카라상은 비어 있었고, 집무실 문은 반 뼘 열려 있었다. 노크를 하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왔다.
장세훈은 창가에 서서 야경을 보고 있었다. 응접 탁자에는 찻잔 두 개가 미리 놓여 있었다. 회장이 손수 차를 따르는 동안 이준은 서 있어야 할지 앉아야 할지를 놓고 이 초쯤 고민했고, 회장이 눈짓으로 해결해주었다.
"녹차야. 커피는 이제 의사가 막아서."
의사, 라는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도록 발음되었다는 것을 이준은 알아챘다.
"오늘 얘기는 이 방에서 안 나간 걸로 한다. 기록도 없고, 증인도 없어. 그래서 자네를 밤에 부른 거야."
"네, 회장님."
"강이준. 자네가 보기에."
장세훈은 찻잔을 들지 않은 채 물었다.
"도원이하고 하린이. 둘 중에 누가 이 회사를 살릴 수 있나."
찻잔에서 김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정적이었다. 이준은 질문의 무게를 가늠해보았다.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인턴 평가표도, 사장단 발표도 아니었다. 잘못 대답하면 죽는 질문이 아니라, 어느 쪽으로 대답해도 죽을 수 있는 질문이었다. 부회장을 고르면 사장의 적이 되고, 사장을 고르면 부회장의 적이 되고, 둘 다 아니라고 하면 회장의 시간을 낭비한 것이 된다.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대답을 들으려고 밤에 부른 게 아닌데."
"지금은 모른다는 뜻입니다. 판단할 재료가 없습니다."
이준은 찻잔을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뒤로 갈 길은 없었다.
"두 분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은 소문과 인상뿐입니다. 부회장님은 확장적이고 사장님은 현장적이다, 이런 문장들은 판단이 아니라 별명입니다. 판단을 하려면 두 분이 실제로 내린 결정들을 봐야 합니다. 지난 십 년간 두 분이 결재한 주요 안건, 그때의 반대 의견, 그리고 그 결정들이 삼 년 뒤에 어떻게 됐는지. 결정과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사람이 보입니다."
"사람을 보지 말고 결정을 보겠다."
"사람은 면담에서 연기할 수 있지만, 십 년 치 결정은 연기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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