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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집무실은 최상층에 있었고, 그 앞에는 문이 두 개 있었다.
첫 번째 문은 비서실이었다. 민완기 실장은 예순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등이 곧았고, 이준의 위아래를 훑는 시선에는 사십 년 치의 문지기 경력이 실려 있었다.
"십오 분입니다. 회장님이 먼저 일어나시면 그걸로 끝이고, 질문에는 결론부터 답하세요. 서론 깔면 삼 분 안에 나오게 됩니다."
두 번째 문이 열렸을 때, 이준이 처음 본 것은 회장이 아니라 약이었다.
응접 탁자 위의 은쟁반. 알약이 요일별로 나뉜 투명한 약통과 물잔, 그리고 혈압계. 민완기가 반보 빠르게 움직여 쟁반을 사이드 테이블 아래로 옮겼다.
자연스러웠지만,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목적인 동작이었다. 이준은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본 것을 본 티 내지 않는 것.
그것이 이 방에서의 첫 번째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이준."
장세훈 회장은 소파가 아니라 바카라상 뒤에 앉아 있었다. 일흔여덟. 사진보다 야위었고, 목소리는 사진보다 단단했다.
"자네가 그 표를 만들었나. 문장을 두 무더기로 가른 표."
"네, 회장님."
"B를 얹은 손이 누군지 아나."
서론 없이 본론이었다. 이준은 민완기의 조언대로 결론부터 말했다.
"모릅니다. 단정할 증거가 없습니다."
"모른다."
"다만 B군 문장이 처음 유포된 채널 네 곳은 특정했습니다. 증거가 가리키는 데까지만 알고, 그 너머는 알지 않으려고 합니다."
"알지 않으려고 한다?"
"제 자리에서 그 너머를 알게 되면, 아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누구 편에 설지를요."
장세훈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노인의 침묵은 젊은 임원들의 침묵과 밀도가 달랐다. 재는 침묵이 아니라 다는 침묵이었다. 이윽고 회장이 물었다.
"자네, 우리 회사에서 제일 많이 거짓말하는 서류가 뭔지 아나."
"……실적 보고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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