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지워진 생일

.

by잭슨

화요일 저녁, 민규가 앞장선 곳은 시장 골목의 낡은 포장마차였다.

"이모님, 저 왔어요!"

주인 여자가 민규를 보고 반색했고, 그다음 이준을 보고 더 반색했다.

"어어, 그 총각도 왔네! 작년에 그, 새벽까지 있다 간."

"네, 맞아요. 얘가 걔예요."

민규가 웃으며 이준의 어깨를 쳤다. 이준은 따라 웃었다. 처음 오는 가게였다. 적어도 이준의 머릿속에서는.

소주가 두 병째 비워질 때까지는 괜찮았다. 회사 욕, 부장 흉내, 동생의 수시 원서 이야기. 민규는 잘 웃었고, 잘 웃다가, 문득 잔을 내려놓았다.

"야. 나 사실 오늘 좀 긴장했다?"

"뭐가."

"작년 오늘 생각나서. 여기 이 자리."

민규는 포장마차 천막 모서리를 눈으로 가리켰다.

"아버지 가게 정리한 날이 하필 내 생일이었잖아. 셔터 내리고, 집기 실어 보내고. 나 그날 너한테 전화했고. 너 그때 면접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그냥 왔잖아. 와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냐?"

이준은 잔을 쥔 채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 유지하는 데 전력을 썼다. 기억을 더듬는 것이 아니었다. 더듬을 벽 자체가 없었다. 작년 오늘이라는 방은 문이 뜯긴 채 텅 비어 있었다.

"……글쎄. 내가 뭐랬는데."

농담으로 들리기를 바라며 던진 말이었다. 민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한 겹 벗겨졌다.

"기억 안 나?"

"야, 취해서 한 말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

"넌 그때 안 취했어."

민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소주 한 잔도 안 마셨어. 면접 전날이라고. 맨정신으로 새벽 세 시까지 앉아서, 그 말을 해줬는데."

침묵이 천막 안을 채웠다. 어묵 국물 끓는 소리만 났다. 민규는 이준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잭슨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과, 마음이 뜻대로 정리되지 않는 순간을 씁니다. 온라인 게임, 관계, 불안, 바카라임과 평범한 하루 속에서 오래 남는 장면을 기록합니다.

11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2화12. 유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