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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은 그 종이를 봉투에 넣어 다음 날 아침 문재욱에게 가져갔다.
"프린터에 두고 갔다는 건, 주웠으면 좋겠다는 뜻이지."
문재욱은 종이를 넘겨보며 말했다.
"누가, 왜 우리더러 주우라는 건지가 문제군. 보안팀에 조용히 넘겨. 소란은 피우지 말고."
소란은 피우지 않았다. 그러나 소란은 밖에서 왔다. 수요일 아침, 포털 경제면 머리기사.
『[단독] 태원, 물류 통합 이면에 '단계적 감원' 시나리오… 내부 문건 입수』
기사에는 문건 사진까지 실렸다. 3안, 거점 통폐합, 단계적 감원. 프린터 트레이에서 식어가던 바로 그 문서였다.
정오가 되기 전에 태원로지스 노조가 총파업 찬반투표를 공고했고, 협의 테이블은 뒤집어졌고, 태원홀딩스 주가는 사 퍼센트 빠졌다. 협상 중이던 상대에게 감원 계획서가 공개된 것이다. 배신의 증거로 이보다 완벽한 소품은 없었다.
그룹은 유출자 색출로 이동했다. 그리고 목요일 오후, 보안팀 조사 결과가 전략실에 떨어졌을 때, 이준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경영기획팀 최민규 사원. 수요일 새벽 두 시 십사 분, 본인 계정으로 문건 파일을 외부 개인 메일에 발송한 기록이 확인됐습니다."
민규는 그날로 대기발령이 났다. 회의실에 불려 들어가는 민규의 얼굴을 이준은 복도에서 보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이준을 발견하고 무언가 말하려다가, 보안팀 직원에게 팔을 잡혀 들어갔다.
저녁에 이준은 대기발령자 면담이 끝난 민규를 회사 뒤 골목에서 만났다.
"나 아니야."
민규의 첫마디였다.
"난 그 파일 열람 권한도 없어. 새벽 두 시엔 집에서 자고 있었고. 근데 기록이 있대. 내 계정으로, 내 아이피로. 강이준, 나 미치겠다. 기록이 있다는데 내가 뭘 어떻게 아니라고 해."
이준은 민규의 눈을 보았다. 이 년 전, 취업 스터디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민규는 거짓말에 재능이 없었다. 모의 면접에서 자기소개서의 과장 한 줄을 지적당하자 귀까지 빨개지던 놈이었다.
그 재능 없음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비밀번호, 뭐 써."
"어?"
"계정 비밀번호."
"……동생 생일에 느낌표."
이준은 눈을 감았다. 사원 연수 때 조를 짰던 사람이라면, 아니 민규와 소주 한 병만 마신 사람이라면 알아낼 수 있는 조합이었다. 계정 도용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것은 그다음이었다. 도용을 입증하는 것. 기록은 민규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 회사에서 기록과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를 이준은 알고 있었다.
목요일 밤, 이준은 민규의 원룸에 갔다. 민규는 방 한가운데 앉아 노트북으로 자기 계정의 접속 기록 화면을 캡처하고 있었다. 증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의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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