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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항의 바람은 서류 냄새를 지웠다.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집어 올리는 소리, 갈매기, 디젤 냄새. 특별과제팀과 준법지원실 배석자는 태원로지스 항만운영본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맞은편에는 로지스 기획팀장과 운영팀장, 그리고 안전모를 옆에 내려놓은 현장 정비 반장이 앉았다.
정비 반장은 회의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을 사람의 자세로 앉아 있었다.
"자동화 하역 설비 실가동 데이터를 시간 단위로 받고 싶습니다. 최근 여덟 분기."
이준의 요청에 기획팀장이 웃었다.
"월 단위 요약본이 공시 기준인데요. 시간 단위는 양이 너무 많아서."
"양이 많은 건 저희가 감당하겠습니다."
"보안 등급이 있어서 반출 승인이……."
"점검 공문 7항에 원시 데이터 접근 권한이 명시돼 있어요."
서린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공문 사본을 테이블 위에 돌려놓았다. 밑줄까지 그어져 있었다.
"승인 절차가 필요하면 지금 밟으시죠. 저희가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린 시간도 기록에 남기고요."
기록에 남긴다는 말이 회의실의 온도를 바꿨다. 데이터는 그날 오후에 나왔다.
배진수가 노트북 두 대로 여덟 분기를 펼치는 동안, 이준은 정비동으로 내려갔다. 회의실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정비 반장이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 장비요? 스펙만 보면 시간당 사십 개를 집어야죠. 근데 스물여덟 개 집으면 잘 집는 날이에요."
"왜 그렇습니까."
"납품사가 시운전 때만 세팅을 빡세게 해놓고 갔거든. 그 세팅으로 계속 돌리면 축이 나가요. 실제로 두 번 나갔고. 그래서 우리가 출력을 줄여서 돌려요. 근데 위에서는 계속 스펙 숫자로 보고서를 쓰라 그러고."
"납품사가 어딥니까."
반장은 잠깐 이준을 보았다. 이 질문에 답하면 어디까지 가는지 아는 눈이었다.
"대양테크라고, 여기 사장님 오시고 나서 들어온 데예요. 그 전엔 거래 없던 회사고."
저녁, 숙소 근처 식당에서 네 사람은 데이터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소주가 한 병 비워졌을 때, 배진수가 반장 이야기 끝에 자기 이야기를 한 조각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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