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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바카라상 하나, 회의 탁자 하나, 그리고 바카라장. 장식장에 흔한 골프 트로피나 감사패 같은 것이 없었다. 대신 서류철이 연도별로 꽂혀 있었는데, 등에 붙은 라벨의 글씨체가 전부 같았다. 손으로 쓴 글씨였다.
"앉지."
문재욱은 결재판에서 눈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이준은 회의 탁자의 끝자리에 앉았다. 삼 분쯤 종이 넘기는 소리만 났다. 기다리게 하는 것도 대화의 일부라는 것을 이준은 어렴풋이 느꼈다.
"강이준."
"네, 전무님."
"어제 그 요약표. 로지스 칸에 자네는 사실만 적었더군. 정정 공문에 의거 변경, 근거 문서 첨부됨."
문재욱이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판단은 왜 안 적었나."
질문이 거꾸로 왔다. 어떻게 알았느냐가 아니라, 왜 끝까지 가지 않았느냐. 이준은 준비했던 답을 버리고 다시 조립했다.
"제 판단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내용연수 변경치고 근거 문서가 가볍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인상은 보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상은 보고 사항이 아니다."
문재욱은 그 말을 자기 것처럼 한 번 발음해보았다.
"그럼 뭐가 보고 사항인가."
"대조 가능한 기록입니다. 정정 전 숫자, 정정 후 숫자, 정정의 근거, 그리고 그 근거와 모순되는 다른 기록이 있다면 그것까지. 거기까지 모이면 판단은 보고서가 아니라 읽는 분이 하시게 됩니다."
침묵이 왔다. 이준은 그 침묵이 무섭지 않다는 데에 스스로 놀랐다. 지난 시간선의 회의실 밖에서, 그는 이 사람이 사십억을 발견하는 순간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사람은 정확한 것을 알아보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구는 것이 최선의 방어이자 최선의 공격이었다.
"모순되는 다른 기록."
문재욱이 안경을 벗었다.
"이를테면, 내구 연한을 늘려 잡은 설비가 이 년 사이에 대형 보수를 두 번 받았다는 정비 보고서 같은 것 말인가."
이준의 등줄기로 서늘한 것이 지나갔다. 이 사람은 이미 다 보고 있었다. 요약표를 가져간 것은 확인이 아니라 대조였다. 자기가 본 것을 남도 봤는지.
"네. 그런 것 말입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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