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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사는 수요일 밤은 길고 정교했다.
이준은 마흔일곱 개의 파일을 전부 열었다. 한 번 살았던 밤에는 시키는 대로 열지 않았던 파일들이었다. 인턴평가 초안은 발견 즉시 김성재의 개인 폴더로 옮기고, 옮겼다는 사실을 메일로 남겼다. 메신저가 아니라 메일이었다. 메신저는 읽지 않으면 없는 말이 되지만, 메일은 읽지 않아도 도착한 기록이 된다. 지난 며칠이 가르쳐준 것이었다.
v5와 v7은 나란히 띄워놓고 페이지 단위로 대조했다. 그리고 새벽 한 시, 이준은 한 장짜리 문서를 새로 만들었다.
『보고자료 주요 변경사항 요약』
버전 사이에 숫자가 바뀐 항목만 추린 표였다. 어느 계열사가, 어느 항목을, 언제, 무슨 근거로 고쳤는지. 취합자가 이걸 만들어두면 아침에 누가 어떤 버전을 집어 들어도 삼십 초 안에 사고를 알아챌 수 있었다. 지난 시간선에서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종이. 사십억이 삼십 분 동안 아무도 모르게 회의실을 헤엄치게 만들었던 공백.
표를 채우다가 이준의 손이 멈췄다.
태원로지스, 영업이익. v5에서 백칠십억. v7에서 이백십억.
근거는 첨부되어 있었다. 로지스 경영기획팀 명의의 정정 공문. 항만 자동화 설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8년에서 12년으로 변경하고 이를 소급 적용해 비용이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서식은 완벽했고 직인도 선명했다.
이준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상식은 있었다. 내용연수를 늘리려면 설비가 더 오래 쓸 만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첨부된 근거는 딱 한 줄이었다. '운영 효율화에 따른 내구 연한 재산정.' 사십억을 움직이는 문장치고는 가벼웠다.
이준은 폴더를 거슬러 올라갔다. 로지스가 함께 제출한 첨부 문서들. 분기 정비 현황, 안전 점검 결과, 투자 집행 내역. 새벽 두 시의 눈으로 한 줄씩 읽었다. 그리고 정비 현황 7페이지에서 손이 다시 멈췄다. 항만 자동화 하역 설비, 도입 이 년 차. 긴급 보수 2회. 부품 교체 주기 단축 검토 중.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설비와, 벌써 두 번 고치고 부품 수명까지 줄여 잡는 설비. 같은 설비였다. 같은 회사가 같은 달에 만든 두 문서가 서로 반대말을 하고 있었다. 한쪽은 회계의 언어였고 한쪽은 현장의 언어였다.
숫자는 거짓말을 못 한다. 사람이 거짓말을 시킬 뿐이다.
이준은 그 페이지를 오래 보다가, 요약표의 로지스 칸에는 사실만 적었다. 정정 공문에 의거 변경. 근거 문서 첨부됨. 판단은 적지 않았다. 인턴의 판단은 아직 이 회사에서 유통되는 화폐가 아니었다.
목요일 아침 일곱 시, 이준은 김성재보다 먼저 출근해 있었다.
"어? 이준 씨 왜 이렇게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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