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인 롯데자이언츠, 처방보다 진단을 의심하라

by김경민


『‘백약이 무효’인 롯데 자이언츠, 이제는 ‘처방’이 아니라 ‘진단’을 의심해야 할 때』


“그래도 봄에는 바짝 힘을 내네”


2026 시즌 시범경기를 1위로 마치자 많은 이들은 ‘올해는 분명 다를 것’이라며 긍정회로를 바삐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2명은 지난 시즌 리그를 압도했던 폰세&와이즈 급 활약을 펼쳐줄 것 같았고, 소위 말하는 ‘윤나고황손’ 5인방과 군복무를 마친 한동희가 마침내 팬들이 기다리던 잠재력을 터뜨려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 여름의 길목에 선 오늘, 롯데자이언츠는 언제나 그랬듯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연이은 루징 시리즈를 끊어내고자 주전 라인업을 조정하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당겨보고, 퓨처스에서 새로운 얼굴들을 수급해 봐도 결과는 늘 제자리입니다.

현장과 프론트가 쏟아내는 수많은 처방은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공허하게 흩어질 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구계 안팎에서는 “백약(百藥)이 무효하다”라는 저릿저릿한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백 가지 약으로 효험을 보지 못했다면 천 가지 약이라도 써서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 프로에게 주어진 숙명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기 처방의 남발을 멈추고 냉정하게 본질을 파악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내려왔던 ‘진단’ 그 자체가 통째로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위기 탈출을 위해 롯데가 취한 방식의 대부분은 그저 눈앞의 불을 끄는 임시방편에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불펜이 무너지면 검증된 선수를 쓰고 또 쓰고, 실바카라이 늘어나면 선수를 바카라망하고, 타선이 침묵하면 라인업을 뒤섞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감기로 인해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해열제만 지속 투여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열을 내릴 수는 있겠지만 몸 속의 염증은 더욱 깊어질 뿐입니다.


차갑게 내려앉은 실내의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일러를 끊임없이 가동하는 대신 온도가 떨어진 근본적인 원인(예: 깨진 창문)를 찾고(=제대로 된 진단),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원적인 처방(예: 깨진 창문의 수리 또는 교체)을 내려야 합니다.


현재 롯데가 겪고 있는 총체적 난국은 단순히 선수 한두 명의 부진이나 전술적인 미스에서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팀 운용의 선순환을 담보하는 시스템의 부재, 더딘 유망주 성장, 그리고 명확한 방향성을 찾아보기 힘든 데이터의 활용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입니다.


특히 가장 뼈아프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바로 현장의 리더십과 구단의 인적 자원(선수 뎁스) 간의 심각한 '미스매치'입니다.


지금 롯데의 벤치는 조직행동론(Organizational Behavior)에서 말하는 두 가지 극단적인 리더십 유형인 ‘강압적(Coercive) 리더십’*과 ‘선도적(Pace-setting) 리더십’**의 부정적인 단면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습니다.


*강압적(Coercive) 리더십: 즉각적인 복종을 요구하며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통제를 발휘하지만, 과도할 경우 구성원의 자율성을 말살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시킴

**선도적(Pace-setting) 리더십: 리더가 스스로 높은 기준을 제시하며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빠른 성과를 독려하지만, 방향성이 어긋나거나 구성원의 역량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조직을 극심한 번아웃과 무기력증에 빠뜨림


현재의 리더의 행태를 살펴보면 덕아웃 내 기강과 정신력을 강조하며 선수단을 강하게 쥐어짜는 강압적 리더십을 발휘하다가도, 승부처에서는 리더가 설정한 높은 기대치나 전술적 기준에 선수들이 알아서 발을 맞추기를 요구하는 선도적 리더십으로 급선회하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리더십들이 통하는 ‘전제 조건’이 따로 있다는 사실입니다.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세우거나, 높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리더의 속도에 맞추라고 독려하는 리더십이 힘을 얻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탄탄하고 성숙한 내부 인적 자원'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베테랑들이 즐비하고, 유기적인 선수단 운용 시스템과 함께 두터운 뎁스(Depth)를 갖춘 팀에서는 이러한 리더십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역량이 뛰어난 자원들은 강한 자극이나 높은 목표 제시를 부담이 아닌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과거 두산베어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화수분 야구'가 이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롯데는 어떻습니까?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는 극심하고, 신예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며, 리더를 대신해 중심을 잡아줄 확실한 베테랑은 턱 없이 부족합니다.


이런 유형의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당장의 성적만 쫓는 윈나우(Win Now) 기조가 아닙니다.

단계별 빌드업과 체계적이고도 디테일한 가이드라인, 그리고 이를 높은 확률로 이행할 수 있는 인적 구조의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선수 자원의 역량이 받쳐주지 못하는데도 극단적인 통제와 높은 수준의 페이스 메이킹 만을 강요하니, 현장의 과부하로 인해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속출하고 파편화된 조직력으로 팀이 모래알처럼 부스러지는 것입니다.


롯데자이언츠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된 근본적 원인을 명확하게 짚어내는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합니다.

처방은 그 다음입니다. 이에 구단은 스스로에게 아래의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로 이길 수 있는 판을 짜고 있는가?"

"선수단 뎁스(Depth)는 두텁게 갖추고 있는가?"

“선수단의 운용은 시스템적으로 구현되고 있는가?”

"현재의 인적 구조에 적확한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는가?”


진단이 바뀌면 처방은 달라집니다.

경기 결과에만 일희일비하며 임기응변식 운영에 치중하는 대신, 구단의 존재 의의를 다시 한 번 자각하고, 이를 효능감 있게 구현할 패러다임 구축과 체질 개선에 용기 있게 나서야 합니다.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구성원의 역량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육성 지침을 정량적, 정성적으로 제공하는 ‘코칭(Coaching) 리더십’과 명확한 미래 비전 제시로 신뢰를 주는 ‘권위 있는(Authoritative) 리더십’입니다.


전례 없는 변화의 과정에는 언제나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이 뒤따릅니다.

그럼에도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임시방편으로 겨우 연패나 끊어내는 유약한 모습이 아니라, 단단한 기반 위에 금자탑을 쌓아 나갈 수 있는 명확한 방향성과 결단력임을 구단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첨언)

며칠 전 모 언론사 기자님과 총체적 난국에 빠진 롯데자이언츠에 대해 장시간 말씀을 나눴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사는 '순하디 순한 맛'으로 나왔더라구요. 이에 OB로서 구단에 대한 충심과 애정으로 위와 같은 제언을 남깁니다.


-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 (kimkyungm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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