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삭스의 확장과 양키스의 보존

MLB 시티 커넥트 유니폼

by김경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확장-파격과 변신', 뉴욕 양키스의 '보존-전통과 고수'』- MLB 시티 커넥트 유니폼


오늘날 프로야구 유니폼은 더 이상 선수들만 입는 경기복이 아닙니다.

이제 유니폼은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이자 콘텐츠이며, 구단 입장에서는 브랜드 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입니다.


지난 2021년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나이키(NIKE)와의 합작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시티 커넥트(City Connect)’ 유니폼 시리즈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MLB 사무국이 시티 커넥트 유니폼 도입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대신 각 구단의 자율에 맡겼다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들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선택이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브랜드의 ‘확장-파격과 변신’과 ‘보존-전통과 고수’입니다.


오늘 진행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 경기(vs. LA다저스)를 지켜보던 중, 그들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NBA 시카고 불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강렬한 레드와 블랙 컬러, 그리고 유니폼 전면에 새겨진 'CHICAGO'의 타이포그래피.

화이트삭스와 불스를 모두 소유한 제리 라인스도프 구단주의 배경을 알고 본다면 이 유니폼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야구와 농구라는 서로 다른 스포츠 IP를 ‘시카고’라는 도시의 정체성 안에서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스포츠 팬들은 단일 종목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 농구도 즐기고, 한정판 스니커즈를 수집하며, 스트리트 패션에 함께 열광합니다.

화이트삭스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읽어냈습니다.

특히 3연속 우승(Three-peat) 2회라는 불멸의 업적을 달성한 마이클 조던의 시대를 거치며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이 된 시카고 불스의 헤리티지를 효과적으로 차용함으로써, 화이트삭스는 그들의 유니폼을 경기장 밖에서도 입고 싶은 힙한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결국 새로운 고객층 확보에 있습니다.

기존의 코어 야구팬을 넘어, 패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접점을 과감하게 넓히고자 한 것입니다.


반면, 뉴욕 양키스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양키스는 시티 커넥트 유니폼 도입 6년 차를 맞이한 현재까지도 이러한 트렌드에 일절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의 완고함은 얼핏 시대의 변화에 뒤처진 고집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양키스의 'NY' 로고와 핀스트라이프(줄무늬) 유니폼은 이미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조차 'NY'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일상 패션으로 소비할 만큼 이들의 브랜드 자산은 독보적인 정점에 서 있습니다.

전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헤리티지 로고를 쉽게 바꾸지 않듯, 양키스 역시 트렌드를 좇기보다 전통과 일관성을 선택했습니다.

양키스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본질적인 가치는 트렌디함이 아니라,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서사와 함께 축적되어 온 묵직한 상징성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 시티 커넥트 유니폼 도입과 같은 파격적인 시도는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의 희소성과 정통성을 희석시키는 위험 요소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사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구단의 브랜드가 ‘현재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브랜드가 다소 진부화되었거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젊은 팬층 확보가 시급한 구단이라면 화이트삭스와 같은 파격적인 변신과 이종 산업 간의 결합이 필요합니다(유연성).

반면, 이미 대체 불가능한 강력한 헤리티지를 구축한 구단이라면 양키스처럼 변화를 통제하며 자신만의 고유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일관성).


앞선 글(‘프로스포츠의 콜라보 굿즈 열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에서 다뤘듯이 최근 KBO리그에서도 다양한 콜라보 유니폼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팬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의 전부가 곧바로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맥락 없는 변화는 오히려 구단의 고유한 컬러를 흐릴 뿐입니다.


결국 프로야구단 브랜드 전략의 본질은 '얼마나 새롭고 화려하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굳건히 지키고, 무엇을 유연하게 바꿀 것인가'를 판단하는 저울질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KBO리그 내 10개 구단들은 과연 브랜드의 상징성과 가치를 확립하고 제고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요?

정답은 '자신이 가진 핵심 자산(Asset)에 대한 냉정한 객관화'에 있을 것입니다.


-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 (kimkyungm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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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시티 커넥트 유니폼 (2025~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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