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콜라보 굿즈 열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구단의 브랜드 자산 관리에 대하여

by김경민


『프로스포츠의 콜라보 굿즈 열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구단의 브랜드 자산 관리에 대하여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1,300만 관중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프로야구는 팬들의 소비 열기가 용광로처럼 흘러 넘칩니다.

전통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던 유니폼과 모자는 물론이거니와 텀블러와 양산, 포토카드와 키링에 이르기까지, 각 구단의 굿즈는 이제 경기장을 찾았던 추억의 파편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비되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고무적입니다.

특히 2030 여성 팬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문화가 형성되면서, 굿즈는 프로스포츠 구단의 핵심 B2C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례로 2025년 결산 기준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수수료 수입 기반 환산액 기준)의 굿즈 관련 매출은 각각 35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화려한 숫자의 이면에는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본질적인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과연 팬들은 구단의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콜라보레이션 캐릭터의 매력을 소비하는 것일까요?"


최근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굿즈 전략을 살펴보면 한 가지 명확한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그것은 유명 애니메이션, 웹툰, 인기 디자인 브랜드 등 외부 IP(지식재산권)와의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 상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포켓몬(Pokemon), 짱구는못말려(크레용신짱), 먼작귀(치이카와), 망그러진곰, 파워퍼프걸 등 메가 히트 캐릭터와의 콜라보 굿즈는 출시 때마다 강력한 모객 효과를 증명해 왔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러한 콜라보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각적인 매출 증대는 물론이거니와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 또한 손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콜라보 굿즈의 출시는 평소 프로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잠재 소비자들에게 구단을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창구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외부 IP 의존형 마케팅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구단 브랜딩 활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때 발생합니다.

프로스포츠 구단은 단순한 굿즈 판매 조직이 아닙니다.

연고권을 보장 받은 지역 슬롯를 기반으로 수십년 간 역사와 전통을 축적해 왔으며, 팬들과의 감정적 유대 또한 두텁게 다져 온 일종의 상징이자 공동체입니다.

흙먼지 묻은 유니폼에 새겨진 로고와 엠블럼, 마스코트와 응원 문화에는 수많은 승리와 패배, 그리고 환희와 눈물의 서사가 녹아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프로스포츠 구단의 브랜드가 가진 대체 불가능한 본질적 가치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콜라보 굿즈들은 이러한 본질보다 외부 캐릭터의 매력을 우선 앞세웁니다.

구단의 고유한 팀 컬러는 캐릭터의 세계관에 맞춰 각색되고, 지역 슬롯의 자부심이 어려 있는 로고와 엠블럼은 콜라보 캐릭터의 존재감에 의해 가려집니다.

그 결과, 소비자는 구단의 브랜드(정체성)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유니폼 형태를 빌린 캐릭터 상품을 소비하게 됩니다.

이는 브랜드 관점에서 볼 때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브랜드란 단순히 많이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그 이름 자체로 독창적인 가치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무형의 자산입니다.

MLB의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 모자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은 특정 캐릭터와의 콜라보 덕분이 아닙니다.

양키스라는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유럽의 명문 축구 구단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구단 고유의 서사와 철학은 곧 브랜드 자산이 되고, 이것은 팬들의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소비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콜라보 굿즈의 단기적 판매 성과를 구단 브랜드 자체의 성장으로 오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콜라보 굿즈가 많이 팔렸다고 해서 반드시 구단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소비자가 구단보다 포켓몬(Pokemon)에 더 열광했다면, 그것은 구단 브랜딩의 승리가 아니라 성공적인 캐릭터 마케팅의 낙수효과일 뿐입니다.


더 큰 우려는 이러한 단기 처방이 반복될수록 구단 자체의 브랜드 자산을 축적할 기회는 더욱 상실된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프로스포츠 현장에는 밀려드는 외부 IP 콜라보 제안에 대한 환호만 가득할 뿐, 정작 우리 구단만의 철학과 상징, 그리고 서사를 어떻게 독자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내재화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외부 IP와의 콜라보를 무조건 부정적 색안경을 낀 채로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면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팬덤을 유입시키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하는 매우 유용한 마케팅 전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는 순간입니다.

'콜라보 굿즈를 출시한다는 행위' 그 자체가 브랜드의 중심이 되고, 이를 통해 외부 IP가 구단의 IP를 압도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구단의 브랜드 정체성은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Check and Balance.

이제는 콜라보 굿즈 열풍이 주는 짜릿한 흥분에서 벗어나, 속도 조절과 균형 감각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는 외부 IP의 인기에 편승하는 수동적 브랜딩에서 탈피하여, 구단 고유의 로고, 심볼, 마스코트, 그리고 선수단의 스토리를 매력적인 자산으로 키워내는 능동적 브랜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콜라보 굿즈는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양념(파생 가치)'이어야지, 메인 요리(본질 가치)를 대체해서는 안됩니다.

현재의 콜라보 열풍이 지나간 뒤에도 팬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자리하고 있어야 할 것은, 콜라보 캐릭터가 아니라 바로 구단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 (kimkyungm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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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쇼핑몰에서 염가에 처분 중인 유명 캐릭터와의 콜라보 굿즈들 - 모든 콜라보 굿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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