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1,300만 관중 시대의 역설

한국갤럽 리포트 속에 숨겨진 경고등

by김경민


『한국갤럽 리포트 속에 숨겨진 경고등-KBO리그 1,300만 관중 시대의 역설』


최근 프로야구(KBO)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온통 핑크빛입니다.


역대급 관중 동원 속도에 힘입어 1,300만 관중 모객 또한 가시권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야구장은 매일같이 M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로 묘사되고, 화려한 응원 문화와 피켓팅(피가 튀는 듯 치열한 티켓팅) 수준의 예매 전쟁 또한 연일 다양한 매체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잔치와 한 발짝 거리를 둔 채, 여러 데이터와 현장, 그리고 MZ세대 다수층의 행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묘한 위화감이 감지됩니다.


이번 학기에 제가 학부에서 지도 중인 전공생은 ‘스포츠 경영학’ 전공 2학년생 24명입니다.


스포츠 산업에 누구보다 큰 관심을 뒀기에 평생의 전공으로 ‘스포츠 경영학’을 선택했을 터. 따라서 국내 최대 '프로'스포츠 산업인 KBO리그나 K리그 등에 마땅히 열광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실상은 달랐습니다. 열성 팬을 자처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다수는 뚜렷한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전공생들이 훗날 활약할 수 있는 스포츠 산업 분야에 '프로스포츠'만 있는 것은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럼에도 조금 놀랍긴 했습니다.


이러한 괴리감은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지난 3월 31일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보고서(갤럽리포트 G20260331-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이+약간)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에 불과합니다. 국민 3명 중 2명(67%)은 야구라는 종목 자체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관심이 전혀 없다 42%, 별로 없다 22%, 기타 2%). 관중석은 가득 차 있는데, 대중의 관심도는 오히려 정체되거나 후퇴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래 사진 참조)


한국갤럽_프로야구.jpg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 (갤럽리포트 G20260331, 한국갤럽)


(참고: 미국의 프로스포츠 토털 팬(한국갤럽 지표 기준 ‘관심이 (많이+약간) 있다’) 비율은 미식축구(NFL)가 약72%, 프로야구(MLB)가 약 50%, 프로농구(NBA)가 약 45%, 대학미식축구가 약 39%, 아이스하키(NHL)가 약 28%, 여자프로농구(WNBA)가 약 26%, 프로축구(MLS)가 약 23%라고 합니다. (출처: L.E.K Consulting-2025~2026 Sports Survey, Ipsos-2026 Sports and Entertainment Report, Nielsen-2025~2026 Tops of Sports))


각종 미디어에 비치는 편린만 살펴보면 ‘MZ세대’는 그 누구라도 프로야구에 미쳐(?) 활활 타오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갤럽의 보고서에 수록된 각종 수치들은 그저 차갑고 건조하기만 합니다. 30대의 관심도는 33%로 전년과 동일하고, 18~29세의 관심도는 전년도보다 오히려 2% 하락한 25%에 머물렀으니 말이죠.


이는 디지털 유목민 또는 원주민으로 나고 자란 젊은이들 사이에서 야구 경기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핫플레이스, 또는 치맥을 즐기면서 한 때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이벤트 공간 등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야구라는 본질 콘텐츠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나 충성도 제고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흥행은 야구 팬의 ‘저변 확대’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유행을 쫓는 체험형 관객이 몰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굿즈 판매의 기록적 호황이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증명합니다.


현재 KBO리그 내 굿즈 시장의 호황을 이끄는 주체는 주요 판매 품목으로 추정해 볼 때, 전형적인 야구 팬덤이라기보다는 K팝 굿즈 문화에 익숙해 있던 소비층이 프로야구 산업으로 이동한 것에 가깝습니다.


세련되고 특색 있는 콜라보 유니폼, 포토카드, 캐릭터 키링 등 소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인스타그래머블, Instagrammable) 아이템들은 내놓기가 무섭게 품절됩니다.


이는 K팝 아이돌 팬덤이 보여주던 ‘수집형 소비’가 야구장으로 옮겨온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야구는 종목 그 자체(본질 콘텐츠)보다는 온ㆍ오프라인에 걸쳐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인증하기 위한 매력적인 도구 또는 배경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K팝과 프로야구의 교집합에 자리한 팬시(Fancy)한 굿즈들은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그 교집합을 벗어난 여러 소품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습니다.


스포츠 경영학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유행에 기반한 채 특정 계층에 편중되어 일어나는 폭발적 흥행은 향후 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67%의 대중이 외면하고, 미래 세대의 관심도 또한 오히려 하락 중인 프로야구 산업의 현재의 성취는 결국 모래위의 성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KBO에 필요한 것은 1,200만, 1,300만이라는 숫자에 대한 도취보다는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를 위기를 직시하는 냉정함입니다.


MZ세대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프로야구 산업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은 분명 현상 유지에 적잖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놀이 공간 제공을 넘어 야구라는 스포츠 본연의 매력(본질가치)을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다면, 지금의 기록적 흥행은 그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 (kimkyungm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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