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은 누구의 팀인가.
입장료 현실화에 대한 고찰

by김경민


프로야구단은 누구의 팀인가 - 입장료 현실화에 대한 고찰


지난 2024년 1,000만 관중을 돌파한 이후, KBO리그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흥행 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평균 관중 수는 경기당 1만 8천 명을 웃돌고 있으며, 이제는 연간 1,300만 관중 달성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 역시 야구장을 단순한 스포츠 관람 공간이 아닌, 매력적인 문화 소비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의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대한 것이 바로 KBO리그 10개 구단의 ‘진짜 흑자’ 달성 여부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대부분의 구단들은 2025년 결산 기준 700~900억원 대에 이르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문제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화두가 바로 ‘입장료 현실화’입니다.


주식회사인 프로야구단이 이윤 창출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방안 중 하나로 입장료 인상을 검토하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글로벌 프로스포츠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KBO리그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측면도 있습니다. 이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프로야구 산업의 구성원들이 ‘최고의 가성비’라는 평가를 마냥 칭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입장료 현실화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유독 강한 반발이 발생합니다.

왜일까요? 팬들이 단순히 돈을 더 쓰기 싫어해서일까요?

저는 이를 ‘프로야구단은 과연 누구의 팀인가’에 대한 인식 충돌의 문제라고 봅니다.


전국 8개 연고지(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수원·창원, 1군리그 기준)의 야구장은 지역 주민들의 세금으로 건설되고 유지되는 공공시설입니다.

그런데 해당 경기장을 장기적(최장 25년 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구단들은 정작 팀 정체성에서 지역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 요소인 팀 명칭만 봐도 그렇습니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SSG’ 랜더스,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서울 히어로즈(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의 팀명에는 예외 없이 모기업 브랜드가 전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팬들 역시 팀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기업명을 먼저 호명합니다.


물론 KBO리그의 태생 자체가 정부 주도의 기업 참여형 스포츠였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초창기 프로야구는 모기업의 희생적 투자 없이는 출범 자체가 불가능했고, 오늘날 역시 상당수 구단이 모기업 지원 없이는 안정적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주식회사로서 ‘흑자 경영’을 목표로 한다면, 이제는 단순한 모기업 브랜드 홍보의 범주를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온·오프라인 곳곳이 LG, 한화, 삼성, 롯데, KIA 같은 대기업 광고로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야구단 운영의 의의를 여전히 ‘모기업 홍보’에서만 찾는 것은 다소 시대착오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프로야구단은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 자산이자 콘텐츠이며, 지역민들의 자부심을 형성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만 합니다.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 ‘LA’ 다저스(Los Angeles Dodger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세계적인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기본적으로 지역을 팀 정체성의 중심에 둡니다.

물론 기업 스폰서는 존재합니다만, 그것이 팀의 본체를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KBO리그는 여전히 ‘기업의 팀’이라는 인상이 지나치게 강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입장료 현실화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일어납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지은 공공시설을 사기업이 장기 독점하면서 결국 자기들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는데, 입장료까지 올리겠다고?”

비록 실제로는 만성 적자 구조에 시달리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인식이 강할수록 입장료 인상 시도는 쉽게 ‘팬 착취’ 프레임으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진정한 흑자 경영을 위해,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시작은 최소한 팀 명칭 체계 만큼이라도 ‘지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부산’롯데 자이언츠, ‘대전’한화 이글스, ‘광주’KIA 타이거즈, ‘서울’LG 트윈스, ‘대구’삼성 라이온즈…


이는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닙니다.

프로야구단이 ‘기업의 팀’에서 ‘지역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인된 주체’로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를 지탱하는 충실한 지역밀착 활동과 장기적 브랜딩 전략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그리하여, 훗날 프로야구단이 진정으로 ‘우리 지역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그 때의 입장료 현실화는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투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프로야구가 가치 있는 산업이자 비즈니스로서 재평가 받고 있는 지금,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한 걸음을 내딛는 KBO리그가 되길 바랍니다.


-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 (kimkyungm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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