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과잉과 소비자 효용 체감의 한계 속 프로스포츠의 미래
『AI 만능 주의와 주가 폭등, 기술 과잉과 소비자 효용 체감 한계 속에서 프로스포츠 산업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최근 주식시장과 테크 산업을 바라보면 흡사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AI 만능주의를 목격하게 됩니다.
인공지능(AI), 특히 엔비디아와 조금이라도 엮인 기업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마치 당장 내일이라도 AI가 세상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뒤바꿀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과열에서 한 걸음 물러나 대학교 강단에서 ‘AI와 스포츠’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스포츠 산업 현장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현재의 달아오른 분위기는 조금 의아합니다.
AI는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효율을 제고하는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솔직히 말해 오늘날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현장에서 체감하는 AI의 성과는 그리 가시적이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모델(BM) 혁신을 통해 전례 없는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주로 백오피스의 업무 자동화, 챗봇을 통한 기초 고객 응대, 그리고 하이라이트 영상 자동 편집 수준 등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일손을 조금 줄여준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부 기술 만능주의자들은 고용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을 AI의 위대한 성과로 과하게 포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고용 감축 그 자체가 기술의 궁극적 지향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신체 활동 중심으로 파생시킨 다양한 가치로 비즈니스를 꾸려 나가는 프로스포츠 산업 생태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프로스포츠 구단에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당장의 비용 절감이 아니라, 팬 한 명 한 명에게 선명하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창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기술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기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과 효용을 높이는 데 있지만, 이 효용 체감에는 분명한 임계점과 한계가 존재합니다. 즉, 공급자 중심의 과도한 기술적 과잉(Too Much)은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외면을 받기 십상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효용의 한계를 망각한 기술 진보는 결국 시장에서 외면받는 '값비싼 장난감'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제가 몸담았던 4DREPLAY의 ‘다시점 초실감 미디어 콘텐츠 제작 및 중계 기술’이 POC(기술검증) 이후 빅리그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지 못했던 사례나, 초고성능 게임 콘솔인 PS5보다 스펙은 낮지만 본질에 집중한 닌텐도 스위치 시리즈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상(닌텐도 스위치 약 56% vs PS5 약 28%)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AI는 왜 프로스포츠 산업의 본질을 대체할 수 없으며, 치열한 기술 경쟁은 왜 종종 과잉으로 귀결될까요?
그것은 바로 스포츠의 핵심 가치가 '각본 없는 드라마'가 주는 날 것 그대로의 감동과 현장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느끼는 날 것의 전율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프로스포츠 산업에 종사하고 관여하는) 우리는 AI에 대한 과열된 환상 대신, 이 기술을 가장 진화된 형태의 '보조 도구'이자 '적정 기술'로 재정의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을 갖추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AI가 단순한 '일손 줄이기'를 넘어 진짜 성과를 증명하려면, 그것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선수, 프론트, 팬)의 능력을 확장(Augmentation)시키고 고객 가치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용의 한계를 인정하고, 조직에 주어진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영리하게 배분해야 합니다.
단순 반복 업무와 방대한 데이터 취합 등은 AI라는 효과적인 도구에게 맡기고, 더 가치 있고 인간적인 영역에 집중하는 것(창의적인 마케팅 기획, 선수 컨디션의 체계적 관리, 초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 등)이 바로 AI의 활용을 통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진짜 목표이자 성과입니다.
지금의 AI 관련 주가의 상승 추이는 시장의 과열된 기대감이 만든 일시적 착시일지 모릅니다.
AI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프로스포츠 산업에서의 AI 또한 그러합니다. 비즈니스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자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기술의 무한 진보라는 환상에 휘둘리지 않고, 기술을 인간의 창의성과 소비자의 실제 만족을 키우는 영리한 수단으로 통제하고 활용하는 혜안을 갖추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 (kimkyungmin@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