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너머의 하늘
먼 훗날 누군가
"너의 세상은 어땠냐?"
하고 물으면
진흙탕이었어.
앞도 잘 보이지 않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지.
내 손을 꼭 잡아준
할머니가 계셨어.
하지만
그녀의 삶도 버거워
내 손을 오래
잡아줄 수는 없었지.
그녀가 떠나고,
바람은 더 거세졌고,
나는 그때부터
혼자 버티는 법을
나도 모르게 배웠어.
수많은 계절이 지나고
어느 날,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가
내 눈앞까지 내려왔어.
그런데
나는 잡지 못했어.
동아줄이 아니라,
그 너머의 하늘이
무서웠거든.
시간이 흘러
두 번째 동아줄이 내려왔고,
이번엔 용기를 내어 잡았지.
하지만
얼마 오르지도 못해
툭,
끊어졌어.
두 아이와
철없던, 나이 든 소년과 함께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지.
신기하게도
한번 떨어지고 나니 알게 됐어.
바닥은 생각보다 가까웠고,
나는 쉽게 부서지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그리고 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늘 우리를 받쳐주고
있다는 것도.
그 후로도
동아줄은 몇 번이고 내려왔어.
잡은 것도, 놓친 것도,
잡았다가
다시 놓친 것도 있었지.
이제는 알아.
동아줄은
인생에 단 한 번
내려오는 게 아니라는 걸.
그래도 언젠가
진짜 동아줄이 내려온다면,
나는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때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조금은 무서울 테고
동아줄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거든
하지만 이제는
동아줄보다 먼저
내 손을 믿어보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