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납치되다
밤에 몇 번 엄마와 친구들을
찾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소년도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이건 꿈이 아니다.
나는 집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곳저곳에서 다른 강아지들의
냄새가 났다.
소파에서도,
방에서도,
마당에서도.
"흠..."
"여기가 납치범들의 아지트인가?"
상당히 오래 활동한 조직처럼 보였다.
1호가 나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손길이 너무 부드러웠다.
애지중지하는 느낌이었다.
"뭐지?"
"왜 이렇게 잘해주지?"
더 이상한 건
1호의 머리카락에서
어렴풋이 친구들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촉감.
비슷한 온기.
그래서인지
1호가 누우면
나는 자연스럽게 머리맡에
가서 잠을 잤다.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
납치범들도 어딜 나가지 않았다.
대신 계속 전화를 했다.
"코코가 밥을 먹었어."
"응가했어."
"잘 자고 있어."
계속 내 이야기를 했다.
"대체 누구랑 통화하는 거지?"
"공범인가?"
처음에 나는 아무 데나 쉬를 했다.
그러자 3호가 말했다.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가정교육이 형편없네."
나는 기분이 나빴다.
우리 아버지를 욕하다니.
그래서 다음부터는
3호가 깔아준 패드에 쉬를 했다.
그러자 칭찬과 간식이 쏟아졌다.
"오."
그날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간식을 먹기 위해
친구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밥도 마찬가지였다.
3호가 사료를 가져왔다.
나는 천천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자 3호가 깜짝 놀라
밥그릇을 다시 들고 가더니
고깃국을 조금 부어왔다.
먹어봤다.
진짜 맛있었다.
다음 날에도 안 먹고 기다렸다.
이번에는 고기를 잘게
찢어 넣어왔다.
"와..."
"이거 재밌는데?"
며칠 뒤에는
내가 누워 있으니까
코앞까지 밥을 가져왔다.
나는 머리만 살짝 들고 먹었다.
3호는 좋아 죽었다.
"내가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아라."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납치가 아니었어."
"왕으로 모셔온 거였어."
우선 3호부터 접수했다.
3호는 집사로 쓰기 괜찮았다.
밥도 준다.
간식도 준다.
산바카라도 간다.
단점은 있다.
자꾸 나를 약 올린다.
게임도 하자고 한다.
귀찮게 한다.
그런데...
솔직히 조금 재미있다.
그래서 심심하면
내가 먼저 깨물어준다.
화도 나게 해 준다.
그런데 한 번은 3호가 나를 너무 세게 깨물어서 내가 그대로 얼어버렸다.
"어?"
"이놈 이빨 힘이 이렇게 세다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그럼 그동안 나를 봐준 거야?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서열 2호다.
곧바로 공격을 이어갔다.
그날부로
3호 부하 접수 완료.
그런데 1호는 달랐다.
1호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그냥 쓰다듬는다.
간지럽혀 준다.
안아준다.
그리고 끝.
"와."
"바로 이거지."
이게 내가 원하던 관계였다.
한 번은 장난으로 살짝 깨물어봤다.
그러자 1호가 말했다.
"코코. 노우."
정색이었다.
나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애교를 부렸다.
생존 본능이다.
1호에게는 위험할 때만 달려간다.
3호는 종일 노래랑 TV를
시끄럽게 트는데
1호는 언제나 조용하다.
글을 쓰고,
영어 공부를 하고,
음악을 듣는다.
나는 자주 1호와 뒤뜰에 나가
꽃냄새를 맡고,
새소리를 듣는다.
그 시간이 좋다.
그래서 나는
1호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3호는 좀 괴롭혀도 된다.
하지만 1호는 안 된다.
그건 규칙이다.
처음에는 납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대로 납치가 맞았다.
나는 천국으로 납치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