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열 1호(2화)

이미 오래전 준비됐던 1호

by하얀 나비

나는 어렸을 때 내 주위에 있었던 강아지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모두 그 시절의 나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불행했다.
한 애기 강아지의 사고를 겪고 나는 결심했다. 강아지는 나와 맞지 않는다. 앞으로 내 인생에 강아지는 절대 없을 거라고.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남편과 아이들이 힘을 합쳐 나를 설득했다. 설득이라기보다는 다수의 협박에 가까웠다.

결국 우리 집에는 골든 레트리버를 포함한 네 마리의 강아지들이 생겼다. 나는 허락했지만 그렇다고 강아지에 대한 시선까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잘해주지도,
못해주지도 않았다.
그냥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

남편은 달랐다.
강아지들과 뒹굴고,
공을 던져주고,
같이 뛰어다녔다.
거의 대형견 한 마리가 추가된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남편이 부르면
강아지들은 분명히 쳐다본다.
눈도 마주친다.
고개도 갸웃한다.
그리고 간다.
자기 갈 길 간다.

나는 그게 너무 웃겼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자기도 한 번 불러봐."
그래서 불러봤다.

"핑키."

핑키는 곧장 달려왔다.
꼬리를 흔들며.

나는 웃었다.

남편이 다시 불렀다.
핑키는 무시했다.

내가 다시 불렀다.
핑키는 달려왔다.

다른 강아지로도 실험해 봤다.
결과는 같았다.

이번에는 남편과 나란히 사이를 두고
앉아 강아지를 불렀더니 모두
내게로 왔다. ㅎㅎ

그날 가족들은 놀랐고,
나는 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이미 1호의 아우라를 내가

갖고 있었던 것이.

시간이 흘러
그 아이들을 하나 둘 떠나보낼 때
나는 많이 울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 곁에 있던 존재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생각보다 훨씬 아팠다.

그러다 코로나가 왔다.
입맛도 잃고,
후각도 잃고,
기운도 잃었다.
음식은 맛이 없었고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은 말했다.
"뭘 먹어도 맛이 없다며."
"그럼 시켜 먹어."
그게 다였다.

그런데 팅커벨이 아프자
남편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었다.
냄비란 냄비는 다 꺼내고,
고기를 삶고,
국물을 내고,
긴 시간 동안 주방에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다.


부엌 바닥에는
열 개가 넘는 개 밥그릇이 항상

줄을지어 놓여 있었다.

우리는 뷔페식당 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웃으며 말했다.
"아빠는 둘째 부인만 챙겨."
모두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런데 사실
조금 서운했다.

팅커벨을 보내고 난 뒤
집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남편도 웃지 않았고,
나도 웃지 않았다.

둘만 남은 집은
생각보다 쓸쓸했다.
그렇게 한 달쯤이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남편의
안부를 묻던 딸이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코코였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말했다.
"가서 보고 데려오자."

그렇게 우리 집에 온 코코는
천사처럼 생겼지만
가정교육은 전혀 안 된

두달된 개망나니였다.

남편의 강아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안겨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코코가 놀라면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무서우면
내 뒤에 숨었다.
졸리면
내 옆에 누웠다.
기분 좋으면
내 얼굴을 핥았다.
그 기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때 생각했다.
"그래. 너는 나를 선택했구나."
"그럼 나도 잘해줄게."
그 후 우리는 단짝이 되었다.

그리고 남편은
서열 3호가 되었고 이런 일들을 했다.

코코의 놀이 친구.
산바카라 공동 담당.
식사 보조원.
간식 조달 바카라임자.
응가 처리 전문가.

가끔 남편은
내 옆에 붙어 있는 코코를

불러내기 위해
온갖 재주를 부린다.


장난감을 흔들고,
간식을 흔들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코코는 한번 쳐다본다.
그리고 표정으로 말한다.

"흥."
"칫”
“뿡”

그러고는
내 무릎에 턱을 올리고 다시 잠든다.

나는 남편을 위해 코코를 데려왔고
코코는 나를 선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코코가 정한 우리 집 서열 1위가 되었다.

그게 큰 벼슬 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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