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질문
"엄마 나도 오늘 제사 지내러 갈래”
“아빠랑 간단하게 지내려고 하니까 바쁜데 안 와도 돼”
“오랜만에 제사드리며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싶어”
“그래 그럼 제사드리고 같이 저녁 먹자”
아침에 딸과의 통화로 내가 평소보다 조금 바빠졌다. 손주들이 어렸을 때 제사에 참여했던 이후로 오랜만이다.
제사드리는 마음이 경건하고 차분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오면 소란스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정성을 다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항상 들어서 죄송했어서 남편과 나만 둘이 지내기로 했었다.
사위도 손자도 흰 와이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었다.
“사위가 왜 이렇게 잘생겼어 트뤼도보다 낫다.”
내가 말했더니
딸이 웃으며 말한다.
“엄마 요새 트뤼도가 가수 여자랑 만나면서 난리도 아냐. ㅋㅋㅋ”
“이제 자유롭게 사는구나. ㅎㅎ”
큰 식탁에 내가 차린 음식과 딸이 마트에서 사 온 킹 사이즈 배랑 떡 김밥까지 채워졌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음식 사 왔어”
“잘했어 잘했어”
남편의 지도에 따라 절을 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 향불 냄새가 밴쿠버 거실을 채운다. 아이들이 관심 있게 이것저것 제사에 대한 질문을 한다.
“우리까지만 할 거고 너희는 하지 마라.”
그때 손녀가 날 선 질문을 던진다.
“왜 할머니의 엄마 아빠께 제사는 안 지내?”
나는 말문이 막혔고 딸이 전통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다.
전에 한번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고맙게도 동생과 동생의 댁이 친정 부모님의 제사를 지낸다고 했다.
손녀의 예리한 질문이 마음에 남았다.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손녀의 눈에는 공평하지 않게 보였던 거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아이들도 이젠 커서 눈을 반짝이며 바라본다.
제사가 끝나고 음식이 맛있다며 모두들 잘 먹어서 좋았다. 딸은 친정이 캐나다에 같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저녁에 중요한 미팅이 있는 것을 알기에 아들에게 연락을 안 했다.
제사의 의미가 돌아가신 분의 업적을 기리고 안녕을 기원하면서 자손들이 모여서 제사도 지내고 음식도 나누며 정을 나누라는 깊은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