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 효과(White Bear Effect)

"으이구.....@#₩%"

by하얀 나비
동네 산바카라 중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서 문자를 몰래 상간녀에게 보낸다는 것이 그만 자기 부인에게 보내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당황하거나 마음이 급하면 꼭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꼭 숨겨야만 되는 단 한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는 이유가 뭘까?


내가 중학교를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을 때 그 일이 불법이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부모가 거기 살지도 않으면서 위장으로 전학을 가는 거라는 그런 죄바카라감이 들었고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건지 몹시 불안했다. 그러나 부모님 이름의 집이 있고 내가 거기에 사는거라서 불법이 아니란걸 나중에 알았다.


전학을 가고 나서야 나를 예뻐해 주셨던 던 교무주임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 두 분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만 편지 내용을 바꿔서 넣어 보냈다.


분명히 내용을 읽고 또 읽고 확인하고 보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건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 편지 내용 중 하나에 불법 전학이라는 고백이 들어있었다.

담임 선생님의 답장이 없었더라면 영원히 바꿔 보낸 것을 몰랐을 것이다.


아직도 나는 그런 실수를 자주 하며 기가 막혀한다.


“이건 딸이 알면 절대 안 돼”


남편과 굳게 약속을 하고 있던 중 어느날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갑자기 딸에게서 연락이 온다.


“엄마 이거 뭐야?”


“아니 어떻게 알았어?”


얘가 귀신같이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황당하여 머릿속이 하얘진다.


“엄마가 나한테 보냈잖아”


“뭐라고?”


급히 전화를 확인해보니 보낸 게 맞다. 귀신이 곡할 일이다.


“으이구 그걸 걔한테 제대로 일러 바쳤구먼 하여튼 못 말려 “


아직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갸우뚱하는 나에게 남편의 질타가 쏟아진다.


​심리학에는 '백곰 효과(White Bear Effect)' 혹은 ‘이로니컬 프로세스(Ironic Process Theory)’라는 이론이 있다.


​"지금부터 절대 흰곰을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머릿속이 온통 흰곰으로 가득 차는 현상이다.


​"담임 선생님에게는 절대 이 고백이 가면 안 돼!", "부인에게는 절대 이 문자가 가면 안 돼!"라고 강렬하게 의식할수록, 뇌는 그 '대상'과 '금지된 행동'을 뇌의 가장 중심부에 올려놓고 계속 감시한다.


​그러다 마침내 마음이 너무 급해지거나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는 순간, 뇌의 통제 기능이 툭 꺼지면서 가장 강렬하게 의식하고 있던 그 대상(단 한 사람)을 향해 몸이 먼저 움직여 버리는 것이다. 결국 비밀을 감추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역설적으로 실수를 부르는 방아쇠가 되는 셈이다.


​우리의 뇌는 참 게으르다. 어떤 일을 완벽하게 잘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불법 전학이라는 불안감)이 극도에 달하면, 뇌는 '이미 확인을 끝냈다'는 가상의 안도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눈이 보는 실제 현실을 왜곡한다.


​즉, 담임선생님한테 보낼 편지를 집어 들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건 교무주임 선생님한테 보낼 편지야, 아까 확인했어'라고 철석같이 믿어버리는 것이다. 내 손과 눈을 믿었지만, 사실은 불안에 장악당한 내 뇌의 착각에 속은 것이다.


잘 숨기는 사람은 마음속에 능구렁이 한 마리를 키우며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작은 비밀 하나도 마음이 무거워 견디지 못한다.


그 불안과 양심의 가바카라이 손을 떨게 만들고 결국 '셀프 고백'을 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천성적으로 나쁜 짓이나 비밀은 절대 못 하고 살 사람이다’라는 증거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실수는 대충 하는 사람보다, '너무 잘하려다 보니 심장이 쿵쾅거리는 사람'에게 더 자주 일어난다.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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