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마중

내가 선택하는 삶의 나침반

by하얀 나비
집구석


이민을 올 때 누가 공항에 데리러 나오느냐에 따라 그 이민자의 삶이 결정된다는 썰이 있다.


마중 나온 사람이 이끄는 대로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가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면 편의점을 하게 될 것이고, 식당을 하는 사람이면 앞으로 식당을 하게 될 거고 세탁소를 하는 사람이면 세탁소를 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이다.


사는 곳도 마중 나온 사람이 사는 근처로 가게 된다. 그냥 썰이라서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는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낯선 땅, 낯선 언어 속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내밀어 준 손은 마치 어두운 밤바다의 등대와 같기에, 우리는 그 불빛을 따라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것은 막막함 속에서 찾은 가장 고마운 이정표이자, 이민 생활의 따뜻한 안착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낯선 풍경이 눈에 익을 때쯤,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된다.
처음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고마운 인연이지만, 그 다리를 건너 어디로 향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마중 나온 이의 삶을 거울삼아 서툴게 시작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마다의 가슴속에는 자신만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묵묵히 다져온 삶의 내공으로 전혀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가기도 한다.


우리가 이민 왔을 때 도와주셨던 분들이 몇 분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처음으로 이민 오는 분들을 도와줬었는데 배신감이 크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들에게 연락도 잘하다가 자리를 잡고 안정이 되거나 자신들보다 더 성공을 하게 되면 연락이 없다는 거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새로왔던 이민자들은 도움의 둥지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간 것처럼 보인다. 더 이상 도움의 둥지를 찾아올 이유가 없어졌고 이제 그들의 삶이 바빠진 거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그들이 도와준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출발선을 정해줄 순 있지만,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결국 내 안의 나침반이 결정하는 법이다.


낯선 곳에서 시작된 타인의 삶을 따라 걷던 발걸음이, 비로소 '나만의 삶'을 향해 굳건히 걸어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독립과 정착이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누군가의 마중으로 시작된 길 위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다.


처음 내밀어 준 고마운 손길을 기억하되, 내 삶의 주권을 쥐고 당당히 걸어가는 모든 이들의 여정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 싶은 날이다.


●□● 요즘은 준비된 이민자님들이 오셔서 도움 하나도 필요없고 영어도 잘하시고 혼자서 다 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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