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없이 물어버려 >
코코를 키우기 전
무려 16년 동안
잭러셀 한 마리 모셨다.
진짜 천사견
단 하나의 문제
털.
털.
털!!!!!
바늘 같은 털이
소파에 박혀 있고
양말에도 박혀 있고
어느 날은 밥에서도 나옴
그래서 다짐했다.
“다음 강아지는
무조건 털 안 빠지는 애다.”
그래.
그 유명한
푸들.
근데 이게 웬걸.
털은 안 빠지는데
대신 끝없이 자란다.
아침에 보면 덥수룩.
점심되면 산발.
저녁 되면 거의
노숙자 힙스터.
그래서 결심.
“집에서 조금만 다듬어보자.”
가위질 한번.
가위질 두 번.
“으르릉…”
… 손절.
그날 바로
강아지 미용실 예약.
“우리 코코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도망치듯 카페 도착.
5분 뒤 전화.
“보호자님…”
“네?”
“얘 데려가세요.”
“왜요?”
“사정없이 물어요…”
코코야
너 방금 전까지
애교 떨었잖아.
그 뒤로
동네 미용실 순례 시작.
“여긴 대형견 전문이래.”
“여긴 문제견 특화래.”
“여긴 개통령 출신이래.”
결과는 늘 같음.
“얘 데려가세요.”
“입마개 찢었어요.”
“가위를 노려봐요.”
“저희 직원이 울어요.”
오늘도 어렵게 찾았다.
“어떤 개도 가능합니다.”
오…
드디어 장인을 만난 건가.
무려 2주 대기 후
입성.
원장님 자신감 뿜뿜
“걱정 마세요~”
그리고 7분 뒤.
띠리링—
“…여보세요?”
“얘 데려가세요.”
“… 또요?”
“빗을 공격했어요.”
하……
이제 코코 털은
거의 떠돌이 예술가 수준.
근데 여름은 다가오고
더 이상 갈 미용실도 없다.
결국 마지막으로 나온 말.
“병원 마취미용 알아보세요…”
… 여기까지 왔다.
근데도 예쁘다.
진짜 너무 예쁘다.
근데 코코야.
왜 물어?
진짜 왜 그렇게까지 물어?
“안 물었으면…
귀 잘렸을 수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