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품는 날
바람이 우리를 감싸는 날까지
나는 오늘도 천천히 길을 걷는다.
발끝을 스치는 작은 바람,
길가에 번지는 찬란한 꽃빛에
문득 걸음을 멈춘다.
멈춘다는 건
걷기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눈 가득 꽃을 담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길 위에 선다.
잠시 늦어진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지는 건 없다.
어차피 길의 끝에서는
바람이 우리를 다정히 품어줄 테니.
길은 원래
어딘가에 닿기 위해서보다
걷기 위해 존재하는 것.
발아래 단단해진 흙도
한때는 누군가의 머무름이었고
누군가의 숨결이었으리라.
길 위에서 만난
하늘과 구름,
나무와 꽃,
살랑이는 바람에게
연신 사랑을 건네느라 바쁜
우리 코코를 보라.
저 작은 존재는 이미 알고 있다.
목적지보다
지금 스쳐 가는 바람의 냄새가
더 깊고 진실한 행복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다고 믿지만,
어쩌면 삶은
걷는 그 순간마다
이미 도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우리를 품는 날까지,
꽃 한 송이에 마음을 멈추는 일.
그것이 길을 걷는 이유이고,
삶을 아름답게 완성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