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달라진 친구의 기억
스무 살 무렵, 서울 집에서 혼자 살 때 심한 감기에 걸렸다.
곧 나을 거라 생각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숨쉬기조차 버거워졌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라, 일단 집 밖으로 나왔다. 시장통을 지나던 중, 한 병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오래된 기억 하나가 따라왔다. 국민학교 1학년 때, 내가 부러워했던 친구. 공주처럼 예쁘고, 모든 것이 달라 보이던 아이였다. 나는 종종 그 아이를 따라 시장통을 지나
2층인지 3층인지에 있던 집에 가곤 했다.
방 한 칸에 작은 부엌이 딸린 우리 집과 달리, 그 아이의 집은 내게 궁전처럼 느껴졌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의사였고,
그 건물 아래층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침대 위에 올라가 몸을 던지듯 눕고는, 출렁이는 침대 위에서 웃곤 했다. 나는 그저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의 나는, 그 모든 것이 부러웠다.
눈앞의 건물은 병원 간판까지도 그때 모습 그대로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니,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터였다.
안에는 나이가 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의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증상을 설명하자 그는 진찰을 하겠다며 청진기를 들었다. 병원이 처음이었던 나는 옷을 들어 올리라는 말에 머뭇거리면서도 그대로 따랐다.
청진기는 가슴 위를 지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멈췄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게 원래 그런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같은 일이 한 번 더 반복되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다리를 후둘후들 떨며 진료실을 나왔다.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 있었고, 마음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한 감정과 화가 남아 있었다.
그날의 감정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려 애썼다. 수치스러워서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 기억을 덮어두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잘못된 일이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그 친구를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가족은 더 이상 어떤 대상도 아니게 되었다.
다시는 만날 일도 없겠지만, 그 아이는 지금 내 기억 속에서
어둠 속의 다른 이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