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도 없는 병
한번 걸리면 열이 난다
참을수록 기침은 더 나오고
세상에 들키고야 만다
처방전도 없는 병
치료법도 없는 병
병이 몸 밖으로 나가는 데는
정해진 시간을 치러야만 한다
지독한 통증에 잠을 설치면
숨쉬기조차 버겁다
그래도 행복한 이상한 병
세상은 한순간에 색을 잃고
고립된 방 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 찻잔을 바라보며
다시는, 절대로 다시는
걸리지 말아야지
이제는 ‘사랑’이라는
소리만 들려도
통증을 기억하고 있는
마음이 먼저 도망친다
아무리 다짐해 봐도
면역이 다시 떨어지는
환절기 때면
또 찾아올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놈 “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