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머리가 아픈 나날들이다.
아래 사람이 일을 못하면 커버라도 쳐주겠는데 윗사람이 사고를 치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머리가 아프다 못해 분노가 치밀다가 이내 허탈해진다.
뻔뻔함을 뻔뻔함으로 대하지 못하는 나를 보니 50년을 살아도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세상이란 이렇게 골치 아픈 것이구나.
무슨 일이든 모두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해... 하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행동하고 싶지만
실제로 도저히 그런 생각 들지도 행동도 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 조금이나마 머리 속을 비우게 한다.
미국 어느 소도시에서 만난 고양이, 라마, 작은 중고서점의 이야기들이 그 곳을 상상하는
이미지와 함께 내 머리 속을 가든 채운 짜증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1994년(내 대학 2학년, 군대 입대한 해) 봄부터 1995년 가을에 걸쳐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았다.
편한 마음과 여유로운 느낌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기며 썼으니,
나도 글을 읽는 동안 나도 복잡한 머리 속을 잠시나마 비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특징은 무거운 것은 가볍게, 가벼운 것은 무겁게 전달한다고 한다.
이 바카라은 일상생활에 대한 하루키의 섬세한 포착을 통해 일상생활의 미학화라는 점이 부각된다.
(추천인의 말을 빌려왔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직관적으로 서술, 하루키의 생활을 드러내어 읽는 재미가 있다.
가끔씩 정해진 길을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부럽다.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마라톤, 여행, 독서, 음악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양이.
마라톤은 힘든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상쾌함, 스릴 넘치는 비일상적이고도 창조적인 행위로 표현한다. 마라톤의 고난은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였을 때 내면의 의식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신의 의지가 어디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자 하는 작가의 치열한 삶의 의식이다.
여행은 작가에게 예상치 못한 고달픔(음식 알러지)과 곤혹스러움(불안전함) 속에서도 일상의 여백과 뜻밖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집을 떠나 발생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그 속에서 나만의 작은 행복과 단상을 축적해 나가는 시간이다.
독서는 바쁜 현실 속에서도 개인의 고유한 영역을 지카고 삶의 반짝이는 미학을 건져 올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음악은 단순히 듣는 취미를 넘어, 성실한 하루를 보낸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포상이자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우는 가장 감각적인 소확행이다.
고양이가 특이하지 않는가?
고양이는 뭔가 의아스럽기만 하다. 세계와 단절된 듯한 자세, 냉담함을 드러내는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
개와 다르게 충성심보다는 능청스럽게 자기만의 세계와 사고를 고집하고
고양이가 그 집주인인 것처럼 행세한다. 일본인들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가?
근데 그냥 좋아하는 것보다 그 이상이 있어 보인다.
길 고양이는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터득한다.
그게 자신으로서는 올바른 생활을 위한 본연의 자세인 것이다.
바카라은 열심히 일하고 기분 전환 차원의 일을 찾아 시간을 소비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소설가라고 생각하면 밤을 새고 불규칙하고 왠지 마감에 쫓겨 신경질 적일 것 같지만 저자에게 새벽 시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외식은 거의 하지 않고 친구와 만나는 시간도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쓰는 데 집중해 있으면 생활은 단순하고 규칙적이 된다고 한다.
예외적이고 잡다한 요소를 일상 생활로부터 하나씩 배제시켜 나갈 수 있게 된다.
건강을 위해 자기 관리를 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작가 의식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 수 있다.
시계를 보는 관점도 우리와 다르다.
그는 시계를 보고 있기만 해도 왠지 마음이 느긋해진다고 한다.
기껏해야 이것이 인생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런 느긋함이 부러울 뿐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시계가 있다. 느긋해 진다는 것은 바카라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대
부분의 사람들의 시계는 다르다. 군대의 시계가 대표적일 것 같다. 개념적으로 봤을 때.
나의 지금 시계는 무엇일까?
압박감이다. 하루 일과를 끝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게으른 사람도 아니다.
집에 가야 한다.
잠을 자야 한다.
의사가 그랬다. 잠을 잘 자야 한다고.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 때에 출근을 해야 한다.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견디기 어렵다..
시계를 본다.
알람이다. 점심시간이다. 회의 시간이다. 보고 시간이다. 제안서 PT 시간이다. 퇴근 시간이다.
네비에 목적지 시간이 찍힌다. 시계가 알려주는 세상에 갇혀있다.
느긋한 마음이라니.... 시간, 시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조용히, 그리고 쉬는 일도 없이 시간은 흐른다. 흐르는 시간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시간, 시계 앞에서 느긋해 지는 법을 배워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