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초(不老草)

by이종열

-괴이하게 생겼도다.

참으로 희귀하게 생겼어.

이것이 진정 짐이 지금껏 애타게 찾았던 그 약초더란 말인가?


진시황(秦始皇帝)이 손에 들린 한 포기의 풀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황제의 손에 들린 풀은 줄기는 푸른데 잎은 황금색이었고 달린 두 개의 뿌리는 흡사 용두(龍頭)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진시황은 평소 좀체 자신의 속내를 말로 드러내지 않는 위인이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 약초가 바로 그 약초이옵니다.

닷새 전 어의(御醫)중 가장 관록이 높고 실력이 뛰어난 오관(吳貫)을 불러 약초의 진위를 알아보았사온데 틀림없는 불로초(不老草)라 하였사옵니다.

어의 오관의 말에 따르면 이 약초는 '황엽용두근(黃葉龍頭根)'이라 명하옵는데 천년에 한번 오는 귀하디 귀한 약초라 하옵니다.

한(漢國),조(趙國),위(魏國),초(礎國),제(齊國)국 중 어느 역대 나라 의서(醫書)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은 귀하디 귀한 약초이옵니다.

시황 앞에 머리를 조아린 신하는 마치 자신이 약초를 구해온 듯 입을 씰룩거렸다.


-오관이 말하였사옵니다.

이 약초는 하늘의 천기(天氣)를 머금은 신령한 약초인지라 사람이 먹어 취(就) 하기 전까지는 초(草)가 아니라 천(天)이 옵는데 사람이 취하게 되면 비로소 천(天)이 인(人)으로 들어오고 기어이 천(天)과 인(人)이 하나가 된다 하였사옵니다.


해서 사람이 약초를 먹어 취하게 되었을 때 천기는 역행하게 되고 그 역행은 부작용으로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도 하였사옵니다.


먹은 첫날은 온몸에 신열(身熱)이 드는데 이는 하늘이 인간의 몸에 내려앉는 과정이라 그러하옵고 먹은 이튿날을 온몸에 한기(寒氣)가 드는데 이는 인간의 몸이 하늘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그렇다 하옵니다.

먹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온몸에 홍점(紅點)이 은하수처럼 생기는데 그것은 마침내 하늘과 인간이 하나가 되었다는 반증이라 하였사옵니다.


신하가 황제에게 고하였다.


-사흘만 고로우면 된다 하더냐?


황제가 신하에게 물었다.


-그렇다 하옵니다.

나흘째 되는 날 몸은 날개를 단 듯 가볍고 머리는 심산(深山)의 옹달샘처럼 맑고 청(淸)해질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하옵고 이 약초가 불로(不老)의 효험을 지닌 약초로 승화되어 폐하 앞에 다시 진상될 때까지 폐하의 만백성들은 폐하의 안녕을 위한 치성(致誠)을 드릴 것이옵니다.

약이 조제되는 100일간 전국에 금주령(禁酒令)이 내려지고 금혼령(禁婚令)이 내려지고 더불어 금욕령(禁慾令),금가령(禁歌令) 또한 내려질 것이옵니다.

이 기간 전국 사찰의 모든 승려들은 오직 폐하의 불노불사의 효험을 위한 기도만을 드릴 것이옵니다.


-그러하냐?

백성들이 고롭구나.

과인불노의 길이 험하고 멀구나.


진시황의 미간이 작게 일그러졌다.


-경(卿)은 과인이 훗날 죽어 백골이 진토 되었을 때쯤 내 나라 백성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 같소?

과인은 진정 그것이 궁금하고 두렵소.


황제가 신하에게 물었다.


황제는 옥좌에 앉았다 일어서서 대전 바닥에 엎드린 늙은 신하 앞에 섰다.

신하가 이마를 대전바닥에 찧었다.

-폐하

필경 후일 폐하의 백성들은 폐하를 일컬어 성군 중의 성군이라 칭하고 어지러운 중원(中元)을 하나로 통일하신 대왕이라 기록할 것이옵니다.


늙은 신하가 왕의 발치에 더 깊게 엎드렸다.


-중원의 어지러운 일곱 나라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하늘의 보살핌이 없이는 불가한 일이라 폐하는 분명 하늘이 내신 성군이시옵니다.


왕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일었다가 사라졌다.

엎드린 늙은 신하는 왕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


-경은 진정 그리 생각하시오?


-하옵고 폐하~

폐하께서 100일 후 드실 그 약초는 불로초 이기도 하지만 실은 불사초(不死草)이기도 하옵니다.

무릇 인간은 생(生)으로 생겨나고, 생겨났으니 늙고, 늙음(老)은 병(病)을 수반하고 병은 종국으로 인간을 죽음(死)으로 멸(滅)하게 하옵니다.

황엽용두근은 폐하께옵서 늙지 않게 약효를 낼 것이옵고 늙지 않으니 병들지 않으시고 병들지 않으시니 신이 입에 담기 민망하오나 폐하께서 승하하실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옵니다.


이는 오래전 석가(釋迦)가르침의 생로병사 이론이 얼마나 삿되고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를 폐하께서 몸소 가르치고 보여주실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영생(永生)하실 것이옵니다.


신하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흩어졌다.


100일 동안 중원(中元)은 고요하였다.

혼례와 술이 금(禁)해지니 노래가 사라졌고 노래가 없으니 춤추는 사람이 없었다

가끔씩 조가(弔歌)가 들렸으나 조가에 춤추는 자는 없었다.


황엽용두근이 어의들의 손에 들어가고 백하룻날이 되었을 때 아방궁(阿房宮)은 고요하였다.

대신들은 미리 예복을 입고 대전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고 3만의 궁녀와 나인들은 대전 앞마당에 이마를 대고 엎드려 있었다.


열 명의 내관들이 백 명의 나팔수를 앞세우고 조리된 약초가 일곱 색 보자기에 싸인 채 진상된 상을 들고 대전에 들어섰다.


-천(天)입장이요.


내관이 길게 대전을 향해 목을 뽑자 용상에 앉은 황제가 일어나 정전 아래로 내려와 북쪽 하늘에 두 번 절하였다.


황제가 상에 얹힌 보자기를 걷자 순백색 백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백자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김은 대전 천장으로 올라가면서 무지개 빛을 피웠다.


황제가 약사발을 양손에 받쳐 들고 약을 마시자 사방에서 승천하는 용의 포효소리가 났다.


... 과연 명약이구나.

명약이야.


약을 마신 진시황이 눈을 감았다.

졸음이 몰려왔다.

여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였던 급작스런 졸음이었다.


-경들은 물러가시오.

짐이 졸립소.


황제가 대전을 나서 침실에 몸을 뉘었다.

잠은 죽음처럼 깊었다.

궁궐 뒷산 야조(夜鳥)의 울음소리가 밤의 깊이를 일러주었다.


-어의(御醫)는 대체 무엇을 하시오?

폐하의 옥체가 이렇듯 열(熱)로 가득한데ㆍㆍ


진시황의 몸에서 나는 신열에 당황한 내관이 옆을 지키고 있는 어의 오관을 다그쳤다.


-내 사전(事前)에 도승지와 폐하께 약초의 하루와 이틀, 사흘을 말씀드렸소이다.

오늘은 신열이, 내일은 한기가 또 모레는 홍점이 폐하 옥체와 함께 할 것이외다.

시방 약효가 생기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항백(巷伯)은 심려치 마시오.

* 항백 : 내시 중 우두머리 직바카라


어의 오관의 말은 침착하고 단호하였다.

진시황은 신열과 한기, 홍점과 함께 사흘을 깨지 않고 잠들었다.


나흘째 되는 날 황제는 깨어났다.

황제가 잠에서 깨어나자 어제 생긴 홍점에 딱지가 지더니 거짓말처럼 일시에 몸에서 떨어졌다.

초여름 감꽃이 나무에서 떨어지 듯하였다.


- 내 여태 이리도 정신이 맑고 심기가 편한 적이 없었소.

몸은 가벼워 새털과 같고 정신은 맑고 청아하여 신(神)의 세상에 있는 듯 하오.


시황의 입이 귀에 걸린 듯하였다.

-폐하

경하드리옵니다.

이제 진정 폐하께서는 천기(天氣)와 함께 불멸영생하실 것이옵니다.

폐하의 강건이 우리 진국(秦國)의 강건이고 신들을 포함한 만백성의 홍복(洪福)이옵니다.

불노(不老)를 경하드리옵니다.

불사(不死)를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신하들이 엎드려 대전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황제의 몸이 천일여일(千日如日) 하니 정신이 맑았고 정신이 맑으니 선정(善政)이 따랐다.

선정이 태평성대를 불렀다.

백성들은 행복하였다.


문자와 화폐를 통일하고 도로를 정비하고 만리장성을 쌓았다.

만백성들이 황제의 치적을 찬양하였다.


그래도 세월은 갔다.

세월은 유수(流水)와도 같았다.

빠르지 않았지만 늦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멈추지도 않았다.

쉼 없이 흐르고 흘러갔다.


1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황제는 세월의 흐름에서 비켜서 있었다.

그는 늙지 않았고 제위 때 모습 그대로였다.


-도승지!

저기 보이는 오동나무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청설모는 어미이냐 아니면 새끼 청설모이냐?


경내를 걷던 진시황이 도승지에게 물었다.


-폐하

송구하오나 신의 눈에는 그저 오동나무만 희미하게 보이옵니다.

움직이는 청설모는 고사하고 가만히 있는 오동나무도 흩어져 보이옵니다.


도승지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시황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이보시오

도승지

그대는 과인보다 나이가 다섯이나 아래인데 과인의 눈에는 저리도 선명하게 보이는 청설모가 아니 보인다는 말이요?


시황의 얼굴은 의아함이 가득하였고 도승지의 표정에는 민망함이 가득하였다.


-폐하

이제 신(臣)의 나이도 서른이 훌쩍 넘어 일간 마흔이 될 것이옵니다.

신의 눈도 어느새 노안이ㆍㆍ

폐하께서는 하늘의 보살핌으로 불노(不老)하시오나 신은 중생의 법칙에 따르고 있사옵니다.


진시황은 부지불식으로 늙어가고 변해가는 주변사람들을 보았다.

대전(大殿)에서 수시로 병사(病死)와 노사(老死)로 대신들이 사직하였다는 보고문을 앉은 채 읽고 그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또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보니 사직을 논하는 어전회의에 참석한 중신들 대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어쩌다 참석한 늙은 노신들은 회의 내 마른기침을 하고 서있는 것을 불편해하였다.


황제가 노신들에게 앉을 의자를 만들어주었으나 노신(老臣)들은 무릇 나라일을 보는 신하들은 정신이 청(淸)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사직함이 맞다며 기어이 직(職)을 던졌다.


황제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린 신하의 모습은 신구(新舊)가 같았지만 머릿속 사고(思考)는 신(新)과 구(舊)는 달랐다.


-지당하시옵니다.

과찬이시옵니다.

그러하옵나이다.

하였던 옛 신하들과 달리 지금의 신하들은

-아니옵니다.

천부당만부당 하시옵니다.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시옵소서.

하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선정이 백성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았고 말하고 행하는 정바카라들은 그제와 오늘이 같았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다짐들은 어느새 늘 공염불이 되어갔다.

-늙은 새가 도성에 있다네.

눈과 부리는 젊은 새로 보이지만 머리는 텅 빈 새라네.

늙은 새는 늙지 않는다네

늙은 새는 죽지 않는다네.

내 조부, 아비는 떠났으나 늙은 새는 죽지 않는다네.


황제를 늙은 새에 빗대어 노래로 폄하하고 정바카라을 불만하는 저작거리 범부(凡夫)들을 금부도사(禁府都事)들이 잡아서 형틀에 묶고 매를 쳤으나 노래는 백성들 더 깊은 곳으로 스며 들어갔다.


시황은 점차 외로워져 갔다.

왕의 자리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갔다.

수십 년 전 어전(御前)에서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떠난 신하들이 보고 싶고 그리워졌다.


아방궁 뜰에 자리한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10년 전, 20년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어느덧 시황의 나이 150살이었다.


시자필종(始者必終)

내자필거(來者必去)

생자필멸(生者必滅)

평범한 자연의 이치들이 황제의 머릿속에서 헛돌고 있었다.


생로병사를 가르친 석가의 이론이 헛되고 삿되었다고 자신에게 진언한 옛날 신하의 말이 진정 헛되고 삿되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이제는 떠나고 싶다.

다른 범부와 같이 노(老)하고 병(病) 들고 죽고 싶다.


진시황이 하늘을 향해 절규하였다.


-폐하

괜찮으시옵니까?

나쁜 꿈이라도 꾸셨사옵니까?

옥체가 땀으로 흠뻑 젖었사옵니다.


곁으로 다가온 늙은 항백(巷伯)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진시황을 보며 말했다.

-그래

내가 아주 나쁜 꿈을 꾸었구나.

짐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꿈을ㆍㆍ


시황이 항백이 건넨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명(命)하노라.

과인이 일전에 불로초를 구하라는 명을 거두노라.

불로초를 구하지 말라.


-폐하

어찌 그런 명을 ㆍㆍ


불로초를 반드시 구하라던 추상과도 같았던 명을 하룻밤 꿈에 거둔 황제가 의아한 듯 내관 항백이 물었다.


-불로초는 없느니라.

불로초는 있어서도 안되느니라.

세상의 모든 시작이 아름다운 것은 끝이 있어서이고

사람의 생이 행복한 것은 죽음이 있어서니라.

불로초를 구하지 마라.


영생을 꿈꾸었던 진시황은 기원전 210년 행차길에서 죽었다.

향년 49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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