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지역MBC와 함께 한 AI 개척기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간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내게도 지난 1년은, 10년 같이 버텨온 1년이었다고 엄살을 부려 본다. ‘호기(豪氣)’라는 걸 함부로 부리면 큰코다친다는 사실을 단내 나게 배운 버거운 경험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엄살을 떠는 걸 보면, 이제는 살만 한가 보다. 그래서 이렇게 갈무리 글도 쓰나 보다.
15개 지역MBC와 60년 지역 아카이빙 방송영상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AI’를 학습시킬 데이터를 만드는 사업을 총괄했다. 홍보용 표현으로 바꾸면, ‘대한민국 최초의 지역분산 멀티모달 데이터셋’ 6006시간, 146만 여 건을 만들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머나이소프트, 유핏, DOST11이 AI 참여사로 함께해 고생 고생해서 ‘우수평가’를 받으며 마무리했다. 기꺼이 함께 한 이 고생길 끝에 ‘전우애(戰友愛)’라는 게 생긴 느낌이다. 사실 사업기간은 전쟁터였다. 공식 사업기간은 지난해 연말까지 5개월, 하지만 사업의 마무리까지 오는데 해를 넘겨야 했다. 처음 해본 AI 사업이었고, 처음 맡아본 총괄PM이었고, 처음 밟아본 AI 신대륙이었다.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일 하는 게 무섭다고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이제 진짜 진짜 사업을 마무리하는 성과공유회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박동주 사무처장님과 한국전파진흥협회 정흥보 상근부회장님, 그리고 많은 주요 방송산업 관계자들을 모시고 상암에서 진행되었다. VIP 차담에도 참여하고, 직접 전시장에서 설명도 하고, 과제사 총괄PM으로 PT발표까지 했다. ‘그냥’ 했다. 지난해 이 사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처럼 마무리도 ‘그냥’ 했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는 멍멍이 한테나 줘버리라며, 즐기며 일하는 게 평소 콘셉트이었는데, 이 사업하면서 다 무너졌다. 몸에 안 좋은 건 이 기간 집중적으로 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하나하나 내 인생에서 떼어 내는 중이다. 'easy come easy go’라는 말도 있는데, 몸에 안 좋은 습관은 ‘easy come hard go’이다.
67억 원이라는 큰 나랏돈을 단 5개월 내에 19개 컨소시엄사과 알차게, 실수 없이, 잘 써야 하는 난이도를 경험했다. 똑똑한 척하며, 그럴듯하게 R&R을 나누고, 사업비를 배정하고, 킥오프까지 했지만, 실상은 빈틈 투성이고, 조율의 난맥상(亂脈相)이었다. 그래서 뼈저리게 배운 건 ‘일은 사람이 한다’이다. 위기의 순간순간을 돌파해 낸 힘은 결국 ‘사람과의 신뢰’였다. 명확하다.
무엇을 꼭 얻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함께 일 하고 싶은 믿을 만한 사람들을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이 얻었다. 물론 나 스스로도 ‘함께 일 하고 싶은 사람’으로 그들에게 느껴졌기를 바란다.
‘MBC충북컨소시엄’의 성과를 보고하는 발표 장표에 이런 말을 넣었다.
저희 참여사인 MBC경남이 제작한 ‘어른 김장하’에 나오는 말입니다
“돈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뿌리면 거름이 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지역MBC는 대한민국 방방곡곡 쌓아온 지역의 60년 영상자산이 대한민국 AI 산업의 다양성을 위해 흩뿌려져, 한국형 AI가 꽃피고, 열매 맺는데 기꺼이 기여하고 싶습니다.
전력을 다해 진심으로 적었던 표현이다. 그래야 다음이 있고, 또다시 으쌰 으쌰 해볼 기회가 오지 않겠나.
2026년의 나를 포지셔닝하고 설명하는 프로필 문장을 고민하다가 도착한 표현이다.
‘AI-powered Product Builder’
‘AI-powered Product Builder turning local media into knowledge products’
그럴듯하다. 역시 AI가 잘 뽑는다. 열심히 나를 학습시킨 보람이 있다. 다음 글은 얼마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미디어서비스 R&D지원사업에 풀뿌리미디어 ‘옥천신문’과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선정된 ‘ZONE-2’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기대해 주시길~~~
오늘 저와 만나는 모든 ‘시절인연’ 님들과 함께 “샤라웃(Shout out)”을 외치며 이 글도, ‘2025 방송영상 AI학습용데이터 구축사업’도 마무리한다.
*샤라웃(Shout out)은 영어 'Shout out'에서 유래한 말로, 공개적인 자리(방송, SNS, 공연 등)에서 특정 인물이나 단체에게 존경, 감사, 혹은 지지(인정)의 마음을 큰 소리로 외쳐 표현하는 것을 뜻합니다. 미국 힙합 문화에서 유래하여 현재는 찬사나 감사를 전하는 힙합 용어 및 일상적인 유행어로 널리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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