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시설물 기자재의 현지 이관

by중앙아시아 경계인

하드웨어의 이관을 넘어 '부품 수급망'과 '자치 거버넌스'를 인계하라

화려한 이관식보다 차가운 '행정 예산서의 숫자'를 추적하라

1. 문을 닫는 단호함이 키운 자립의 힘

PO: PM님, 큰일입니다. 지난달에 면사무소로 공식 이관했던 마을 유치원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안에 설치해 둔 대형 전기 히터가 완전히 고장 나서 작동을 안 한답니다. 지금 오시의 겨울 칼바람이 보통이 아닌데, 유치원 교실이 얼음장처럼 변해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고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PM: (서류에서 시선을 들어 창밖의 눈발을 보며) 겨울철이라 난방이 안 되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고생을 하겠군요. 그런데 유치원 시설과 기자재 일체는 이미 면사무소와 마을 위원회로 관리 권한과 소유권이 완전히 이관되지 않았습니까? 면사무소의 시설 관리 담당자는 뭐라고 하던가요?

PO: 그게 문제입니다. 면장님부터 시작해서 주임 동사무소 직원들까지 우리 사무실로 계속 전화를 걸어와서 고쳐달라고 읍소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계를 만질 줄 모른다", "당장 수리 비용 예산이 없다", "원래 굿네이버스가 지어준 좋은 건물이니 끝까지 바카라임져달라"면서 계속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필드 직원들도 애들이 추위에 떨고 있으니까 마음이 약해져서, 당장 우리 긴급 예비비로 기술자를 불러서 고쳐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발을 굴리고 있습니다. 우리 지부 예산에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아이들을 추위에 떨게 둘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PM: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PO님, 현장 직원들의 걱정 어린 마음은 십분 이해합니다만, 이번 건은 우리가 절대로 대신 고쳐주어서는 안 됩니다. 면사무소와 마을 위원회가 스스로 기술자를 부르든, 예산을 융통하든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하도록 단호하게 선을 그으십시오. 우리가 예산이 부족하거나 돈이 아까워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자립이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PO: (당황하며) 하지만 PM님, 지금 당장 날씨가 너무 춥습니다. 아이들의 건강이 걸린 문제라 현장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해요. "아이들을 추위에 방치하는 비정한 NGO"라는 소문이라도 돌면, 향후 이 지역에서 우리 신뢰도가 떨어질까 봐 무섭습니다. 일단 우리가 고쳐주고,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경고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당장 지부 예비비를 쓰면 한두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직원들도 심리적 압박이 큽니다.

PM: 당장 눈앞의 추위를 모면하기 위해 우리가 지갑을 여는 순간, 그 유치원은 영원히 '면사무소의 자산'이 아니라 '굿네이버스의 유치원'으로 남게 됩니다. 이관 서류에 서명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발생한 첫 번째 고장입니다. 이 첫 번째 단추를 우리가 대신 끼워주면, 앞으로 전구 하나 갈아 끼우는 것부터 지붕이 새는 것까지 평생 우리가 예산을 대야 할 겁니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 안 고쳐주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십시오. 수리비 몇 백 달러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천만 달러짜리 사업의 미래가 이 원칙 하나에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주인의식(Ownership)은 화려한 이관식 장치나 서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기계가 고장 났을 때 내 돈을 들여 고치는 '불편함의 바카라임'에서 비로소 싹트는 법입니다.

PO: (마른침을 삼키며) PM님의 말씀이 어떤 원칙인지 머리로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주민들과의 이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아이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본부나 외부에서 알면 현장 관리를 유연하게 하지 못한다고 질바카라할지도 모릅니다. 주민들이 원망 섞인 눈초리로 사무실을 찾아올 때마다 숨이 막힙니다.

PM: 비난이 두려워서 원칙을 꺾는 것이야말로 전문가로서 가장 무바카라임한 행동이지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냉정하게 문을 닫아거는 게 아닙니다. 면사무소에 가서 그들이 가진 자원을 확인해 보십시오. 면사무소 지출 항목 중에 긴급 시설 유지비가 분명히 배정되어 있을 것이고, 마을 내에도 전기 기술을 가진 주민이 있을 겁니다. 그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방법'을 안내하되, 절대로 우리가 돈을 쓰거나 업체를 불러주지 마십시오. 우리가 예산을 대주는 순간 그들의 자립 능력은 마비됩니다. 이번 고비를 넘겨야 이 마을에 진짜 '자립'의 역사란 게 시작됩니다. 저를 믿고, 이 뚝심을 끝까지 유지해 주십시오.

(일주일 후, 유치원 앞 마당)

PO: (밝은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열며) PM님! 방금 유치원에 다녀왔습니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확 끼치더군요. 결국 면사무소에서 예산 조정을 해서 수리 부품을 직접 구매했고, 학부모 중 한 분이 재능 기부로 전기 히터를 완벽하게 고쳐놓았습니다!

PM: (안도하며 찻잔을 내려놓는다) 거 보십시오, PO님. 그들에게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자원과 능력이 이미 있었습니다. 단지 뒤에 든든한 NGO가 있으니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것뿐이지요. 일주일 동안 주민들과 줄다리기하느라 마음고생 많았습니다.

PO: 아닙니다. 어제 면장님이 저를 보더니 머쓱하게 웃으시면서 "우리 힘으로 고쳐보니 이제 이 유치원이 진짜 우리 자식 같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예산이 뻔히 있는 굿네이버스가 왜 이렇게 야박하게 구나 싶어서 원망도 많았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직접 주민들을 조직하고 행정 예산을 끌어와 해결해 보니, 이것이 우리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진짜 파트너로 대우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걸 알겠다고 하더군요. 현장 직원들도 이번 기회에 진짜 '주인의식'을 이관한다는 게 무엇인지 온몸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PM: 그래요, 바로 그것입니다. 진짜 성공적인 이관은 우리의 시설물을 넘겨주는 게 아니라, 그 시설물을 유지하기 위한 '바카라임감과 자부심'을 그들의 마음에 심어주는 것입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은 가장 쉽고 게으른 방식입니다. 우리가 과감하게 한 걸음 물러설 때, 주민들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와 자립의 주인이 됩니다. 이 일주일의 팽팽했던 공기는 향후 이 마을이 10년 동안 유치원을 스스로 지켜낼 가장 단단한 예방주사가 될 것입니다. 정말 큰 원칙을 지켜내셨습니다.


2. 이관식 이후의 진짜 행정

PO: PM님, 이번에 완공된 문화센터 이관 서류 말입니다. 면장님과 주지사 대리인까지 참석해서 화려하게 이관식 사진도 찍고 서명까지 마쳤으니 이제 이 건은 공식적으로 종결된 것으로 처리해도 되겠지요? 본부에서도 이관식 결과 보고서와 사진을 보더니 드디어 큰 과업 하나를 끝냈다며 격려해 주었습니다. 행정적으로는 완벽한 마무리인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그동안 현지 업체들과 밤낮으로 씨름하며 보일러 배관을 깔고 난방 설비를 구축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네요.

PM: (서류 더미에서 고개를 들며) 이관식 사진이 아주 멋지게 잘 나왔더군요. 로컬 신문에도 우리 NGO의 기여가 크게 보도되어 본부에서도 무척 반겼을 겁니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완공까지 이끌어낸 PO님과 필드 직원들의 노고를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PO님, 화려한 이관식과 서류상의 서명은 시설 이관의 ‘시작’일 뿐, 결코 ‘끝’이 아닙니다. 행정적인 서류와 사인은 생각보다 힘이 없어요. 진짜 중요한 것은 겨울마다 영하로 떨어지는 이 혹독한 추위 속에서, 저 문화센터의 핵심인 난방 설비와 대형 보일러가 멈추지 않고 가동될 수 있는 ‘재정적·법적 귀속’이 현지 지자체 행정 시스템 내에 완전히 안착했느냐입니다.

PO: (의아해하며) 재정적 귀속이라 하심은 어떤 뜻인가요? 이관 서류에 ‘향후 시설 및 설치된 모든 기자재의 운영, 관리는 면사무소가 바카라임진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고, 면장님도 주민들 앞에서 수차례 확약하셨으니 법적인 바카라임은 이미 그들에게 넘어간 것 아닌가요? 개발협력에서 말하는 현지 정부의 바카라임성(Accountability)도 이 서명으로 공식화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PM: 서류에 적힌 당위적인 문구와 행정 관료의 구두 약속만 믿고 손을 떼는 것이 바로 수많은 개발협력 시설물이 이관 후에 방치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면장님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당장 내년도 면사무소 공식 예산안에 ‘문화센터 난방용 연료(가스/연료유) 구입비 및 보일러 전문 관리공 인건비’가 독립된 항목으로 편성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주인의식과 바카라임성은 선언적인 문구가 아니라 차가운 숫자가 적힌 예산서에서 증명되는 법입니다. 만약 예산이 없다면 저 고가의 난방 설비는 연료가 없어서, 혹은 사소한 고장을 고칠 돈이 없어서 순식간에 차디찬 고철 덩어리로 변하고 문화센터는 문을 닫게 될 겁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원조 효과성(Aid Effectiveness)은 우리가 떠난 뒤에도 그 서비스가 멈추지 않는 지속가능성에 있습니다. 현지 정부의 예산 수립 프로세스를 끝까지 추적해서, 우리 사업의 사후 관리 예산이 그들의 ‘공식 행정 절차’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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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머물겠다던 청춘의 다짐이 16년의 삶이 되었습니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2011년부터 거주 중이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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