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국 행정 지연으로 인한 사업 지연

도장 찍는 손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by중앙아시아 경계인
신축 보건소 건물

1. 무한 대기라는 이름의 관습: 유치원 인허가의 벽을 넘는 법

장소: 완공을 마쳤지만 문을 열지 못하는 마을 유치원 앞. 굳게 닫힌 정문을 바라보며 PM과 현지 PO가 서 있다.

PO : (마른 세수를 하며) PM님, 벌써 네 번째 방문입니다. 보건청 담당자는 오늘도 '서류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네요. 마을 주민들은 유치원이 다 지어졌는데 왜 애들을 안 받느냐고 저를 볼 때마다 묻습니다. 이 사업 시작할 때 제가 직접 주민들 설득해서 부지 확보하고, 공사 과정도 다 관리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허가'라는 도장 하나 때문에 유치원이 빈 껍데기로 방치되는 게 너무 속상합니다.

PM : (유치원 건물을 천천히 둘러보며) 저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공간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으니까요. PO님, 그동안 담당자랑 만나면서 그들이 진짜로 '서류 검토'를 못 해서 늦어지는 것 같던가요?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속사정이 있는 걸까요?

PO :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류가 복잡한 게 아닙니다. 이 나라 행정 관습이 원래 그래요. 결재 라인에 있는 높은 분들이 '자기 도장을 찍기 전에' 무언가 구체적인 명분이 있길 바라거나, 아니면 단순히 우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매달리는지를 '시험'해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다른 NGO 사업들도 다 이런 식이었대요. 6개월씩 기다려서 겨우 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힘이 쭉 빠집니다.

PM : 우리가 가진 '한국식 조급함'으로 접근하면 이 벽은 절대 안 깨집니다. 이들의 행정은 '속도'가 아니라 '관계'와 '체면'이거든요. 우리가 서류만 들고 가서 "이거 법적으로 문제없으니 빨리 처리해달라"고만 하면, 그들은 우리를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재촉하는 '무례한 이방인'으로 규정할 뿐입니다.

PO : 그럼 우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예산 집행 기한은 다가오는데, 이러다 사업 성과로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죠?

PM : 지금 당장 서류를 밀어붙이지 말고, 전략을 바꿉시다. 담당자만 만나러 가지 말고, 이 마을의 원로들이나 보건청이 존중하는 지역슬롯 지도자를 모시고 가죠. '한국인 PM이 서류를 들고 왔다'는 사실보다 '이 마을 어르신들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훨씬 더 큰 압박이자 명분이 될 겁니다. 그들에게 '도장을 찍을 이유'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PO : 아... 그렇군요. 저만 혼자서 '행정적 절차'에 매몰되어 있었네요. 맞아요, 이 지역은 서류보다 마을 어른들의 목소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인데 제가 그걸 잊고 있었습니다.

PM : 그리고 또 하나, PO님. 너무 혼자 짊어지지 마세요. 보건청 담당자가 우리를 길들이려 하는 상황에서, 우리 둘만 끙끙 앓는 건 그들의 전략에 말려드는 겁니다. 내일은 지부장님과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실무자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단계적으로 지부 차원의 공식적인 항의와 협조 요청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조용한 설득보다, 기관 대 기관의 공식적인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 있어요.

PO : PM님이 지부장님과 함께 와주신다면, 저도 훨씬 힘이 날 것 같습니다. 담당자도 단순히 저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죠.

PM : 맞아요. 행정 지연은 이곳에서 겪는 수많은 난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보다, 우리 이후에 올 사람들도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이 지역의 행정 관습에 우리만의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닫힌 유치원 문 앞에서 느낀 그 답답함을 연료로 삼아서, 내일은 조금 더 지혜롭게 돌파해 봅시다.

PO : (조금은 밝아진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PM님. 오늘은 일단 마을 원로분을 찾아뵙고 내일 같이 방문할 수 있게 미리 조율하겠습니다. 이 유치원,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 차게 만드는 거, 우리 꼭 해내요!

PM : 그리고 PO님, 며칠 전 현장 실사 때 교육부 국장님 생각나시죠? 3년 전 우리가 진행했던 교육 역량 강화 프로젝트 때 우리 사업의 가치를 누구보다 높게 평가해주셨던 분이잖아요. 지금 이 유치원 사업도 결국 교육부의 인허가 범주 안에 있으니, 비공식적이지만 그분께 안부 겸 우리 상황을 조심스럽게 전해볼까 합니다.

PO : 아! 교육부 국장님이요? 그분이라면 우리 사업의 성격과 우리가 이 마을에 쏟은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죠. 현지 담당자들도 교육부 쪽 입김이 들어가면 태도가 180도 바뀌곤 하니까,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PM : 네, 무조건적인 압박보다는 "우리가 이 사업을 통해 교육부의 지향점과 같은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데, 행정적 절차 때문에 아이들이 교육을 못 받고 있어 안타깝다"는 식으로 접근할 겁니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안착'이라는 명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드리는 거죠.

PO : 듣고 보니 훨씬 마음이 놓이네요. 담당자 선에서 막혀 있던 일이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으로 연결되면, 이 지역 교육청도 훨씬 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겠네요.

PM : 바로 그 점입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군 단위 교육청을 대상으로 '공식 공문'도 함께 발송하겠습니다. 그동안은 현장 담당자와 구두로 협의하며 정(情)에 호소했다면, 이제는 행정 절차의 정공법을 섞는 겁니다. 우리 지부 명의로 공식 공문을 보내서 '현재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사업 수행의 어려움'과 '예정된 개원일 준수의 필요성'을 문서로 남기는 거죠.

PO : 공문이요? 자칫하면 담당자가 '우리를 불신해서 공식 대응을 한다'고 불쾌해하지 않을까요?

PM :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그래서 그 공문은 담당자를 공격하는 용도가 아니라, 오히려 '담당자의 방패'가 되어주는 용도로 활용할 겁니다. "우리가 사업 보고를 해야 하는데, 인허가가 늦어지면 상급 기관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사유서에 담을 공식 근거가 필요하니 공문을 받아야겠다"고 설득하는 거죠. 그러면 그 담당자도 상급 기관에 보고할 명분이 생기니, 오히려 우리 서류를 더 적극적으로 챙길 겁니다.

PO : (무릎을 탁 치며) 아...! 현지 행정 체계를 정말 잘 활용하시네요. 단순히 '빨리 해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라, 담당자가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판을 짜주는 거군요.

PM : 정답입니다. 현지에서의 행정은 결국 '사람의 의지'와 '절차의 명분'이 맞물려야 움직입니다. PO님은 마을 어른들의 진심을 모아주세요. 저는 중앙의 인맥과 행정 절차라는 정공법으로 양옆에서 길을 만들겠습니다. 이렇게 다각도로 접근하면, 유치원 문은 결국 열릴 수밖에 없어요.

PO : (웃으며) PM님, 정말 든든합니다. 저 혼자 고민할 땐 그저 막막한 벽이었는데, PM님이 전략을 짜주시니 금방이라도 문이 열릴 것 같네요. 내일 당장 어른들 뵙고, 공문 초안 작성 시작해 보겠습니다.

PM : 그래요. 우리는 시스템의 허점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돕는 '윤활유'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답답했던 마음은 다 털어버리고, 아이들이 곧 웃으며 뛰어다닐 이 유치원을 상상하며 내일을 준비합시다.


2. 기다림의 미학: 보건소 건축, 1년의 지연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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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머물겠다던 청춘의 다짐이 16년의 삶이 되었습니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2011년부터 거주 중이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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