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번져고 괜찮아, 곧 계절이 올 거야.
신문, 오늘 배달된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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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햇살 고운 아침이면
배달된 두 종류의 신문을 펼칩니다.
세상은 밤새 어떤 이야기를 품었을까요.
신문을 펼치면 갓 인쇄된 종이에서 잉크 냄새가 피어납니다.
막 구워 낸 호두과자를 손에 들었을 때처럼
고소해지는 아침입니다.
신문을 펼치는 일은
낯선 세상과 마주 앉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환하게 웃고,
누군가는 남몰래 울고,
누군가는 오랜 기다림 끝에 꿈을 이루고,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는 눈물로 하루를 건너갑니다.
그 많은 이야기가 작은 활자에 몸을 기대고
한 장의 종이 위에 놓여 있습니다.
문득 오래전 들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오늘 신문은 내일이면 생선 포장지가 된다.”
어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식도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소식에 자리를 내줍니다.
한때 세상을 뒤흔들던 일도
시간이 흐르면 낡은 종이 한 귀퉁이에 남습니다.
그 말을 생각하면
지나온 날들을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은 너그러워집니다.
오래도록 마음에 걸리는 실수,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
끝내 이루지 못한 꿈 하나.
누구에게나 쉽게 접히지 않는 페이지가 있겠지요.
남에게는 지나간 일인데
자신에게만 어제처럼 생생한 날이 있고,
괜찮은 척 웃으면서도 몇 번이나 되짚는 아픔이 있습니다.
다만 지나온 날이 아무리 길어도
앞으로 살아갈 날까지 모두 지나간 것은 아닙니다.
아침은 언제나 어제의 사연을 다 묻지 않은 채 찾아오지요.
창가에 내려앉은 빛 한 조각,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건너오는 바람처럼.
그대에게도 그런 아침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날을 애써 지워야 하는 아침이 아니라,
마음에 덜컥 떨어진 짙은 잉크 자국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온 흔적임을
조용히 품어 볼 수 있는 아침 말입니다.
신문의 1면에는 큰 사건만 실리지 않습니다.
누군가 내민 다정한 손길,
이름 없는 작은 친절,
묵묵히 지켜 온 약속도 세상을 이루는 소식입니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겠지요.
남몰래 견뎌 낸 날들과 힘든 가운데 놓지 않았던 선의가
한 사람의 삶을 깊고 따뜻하게 물들입니다.
그대의 지난날에도 그런 온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햇살처럼 머물고 있을지 모르지요.
오늘 펼쳐진 신문의 텅 비어 있는 여백을 바라봅니다.
글자가 적히지 않은 자리에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이 놓여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것은
그 자체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됩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무사히 하루를 건너 저녁의 불빛 앞에 앉을 수 있다면
그 하루에도 귀한 의미가 깃들어 있으니까요.
해가 기울면 신문은 접히고 오늘의 소식은 어제가 되지요.
그러나 그 위에 담겼던 진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도 그대 앞에는
비어 있는 오늘이라는 지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자, 그대의 오늘이
번진 자리마다 새로운 빛이 스며들기를
뜨겁게 바랍니다.
- 마음돌보기 -
오늘 밤, 그대라는 신문 1면에
가장 따뜻하게 남겨두고 싶은 한 줄 기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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