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져도 괜찮아, 계절이 올 거야
빗자루, 마음을 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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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화 -
그대,
나 같은 자영업자에게
긴 연휴란
때로 마음 편히 누리지 못하는 과분한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사무실 문을 닫고 쉬면서도 혹시 찾아온 고객은 없는지,
다급한 상담 연락은 없는지,
마음 한구석은 늘 바쁘게 서성이곤 했지요.
그래도 이번에는 큰마음을 먹고 며칠 푹 쉰 뒤,
오늘 다시 사무실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손에 든 것은 빗자루였습니다.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쓸어내고, 바닥을 닦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고
언제나 스스럼없는 고향 친구처럼 신선한 공기를 맞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바닥이 유리알처럼 반짝반짝해질수록
내 마음까지 한결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엉켜 있던 생각들이 차츰 정돈되고,
메아리처럼 멀리 흩어졌던 마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옵니다.
청소라는 작은 몸짓은
단순히 공간을 비우는 일만은 아닌가 봅니다.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들까지 찬찬히 쓸어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시간인 듯합니다.
돌아보면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아침 청소로 하루를 열며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부터 새로이 가꾸곤 했습니다.
참된 인연은 때로,
이렇게 정갈한 공간과 차분해진 마음에서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찾아온 이의 사정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 고충을 한 번 더 다정하게 헤아릴 마음의 여백이 생겨났으니까요.
매물을 보러 현장에 갈 때도 그랬습니다.
단순히 집의 크기나 구조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현관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이라든가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
그리고 바카라장에 차곡차곡 꽂힌 바카라들에 더 깊은 눈길을 주곤 했지요.
물론 그 모습만으로 한 가정의 삶 전체를 다 알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일상의 작은 습관 속에 녹아 있는
그분들의 정성과 삶을 대하는 온화한 태도는 충분히 느끼곤 했습니다.
빗자루를 늘 곁에 두고
청소를 삶의 작은 출발점으로 여겼던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는 가난함과 허약함,
부족한 배움을 탓하는 대신
그 안에서 겸손과 협력, 그리고 배움의 지혜를 찾아냈다고 하지요.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 나의 지나온 날들과도 고스란히 겹쳐집니다.
나 역시 부족했기에 더 부지런히 발로 뛰었고,
배움에는 한여름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
호미질하다 타는 목마름을 적실
시원한 샘물 같았기에
늦은 나이에도 밤샘하며 그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갓 돌 지난 아기 때 같이
일어서는 것조차 비틀비틀 서툴렀던 시절이 있었기에,
타인의 마음을 한 번 더 헤아리려 애쓰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니 부족함이란
감추거나 부끄러워할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나를 낮춰 작은 채송화처럼 겸손하게 하고,
때로는 바위처럼 단단한 사람으로 이끌어 준 고마운 스승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래전, 이런 시를 적어둔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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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 정해남
언제나 구석 한쪽에서
고요히 가슴을 모은다
바람처럼 왔다가
남겨놓은 발자국
지나간 자리에는
깔끔한 침묵만이 누워 있다
이제 그곳에서는 차마
강아지도 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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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는 늘 구석 한쪽에 세워져 있지요.
누군가 선뜻 알아주지 않는 외딴섬 같은 곳에 말이에요.
누군가의 마음을 어지럽히기보다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자리.
앞서서 빛나기보다 타인이 편안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조금 비워두는 자리.
그런 자리를 지키려면, 우리 마음에도 가끔은 빗자루질이 필요하겠지요.
오래 품어온 시퍼런 미움도,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후회도,
나를 자꾸 작아지게 만드는 아쉬운 미련도 때로는 가만히 쓸어내야겠어요.
그렇게 하나씩 덜어내다 보면 그 비워진 자리에 감사함이 물들고,
작은 용기와 새로운 희망이 머물 테니까요.
하얀 여백에 곱게 번져가는 수채화처럼 말이에요.
곧 찾아올 그대의 계절은,
맑은 5월의 담장을 수놓는 장미처럼
연이어 송이송이 눈부시게 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