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져도 괜찮아. 인생은 수채화.
비빔밥, 섞일수록 폼 나는 인생
제3화
비 빔 밥
/ 정해남
둥근 양푼에
속살 같은 도라지
파릇한 쑥갓
노란 콩나물
붉은 고추장 앉히고
기쁨 한 숟갈
눈물 한 방울
나를 놓지 않고도
사랑으로 비벼
함께 어우러지는 마음
봄꽃 같은 밥상
사람 냄새 솔솔
그대,
지난 부활절에,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비빔밥을 만들어
모든 교우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갖가지 나물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슥슥 비벼 먹는 그 맛이 어찌나 고소하던지,
평소 비빔밥을 좋아하는 나는 참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워냈지요.
특히 붉은 고추장 위에 살포시 얹힌
희고 노란 달걀프라이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는데,
비빔밥이란 단순한 한 끼 음식을 넘어
우리네 인생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다 보면
고명처럼 뜻밖의 기쁨이 찾아오는 일도 있고,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만나는 일도 있지요.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야말로
인생이라는 그릇을 채우는 소중한 재료라 생각됩니다.
기쁨과 눈물이 골고루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그대만의 깊고 고소한 인생의 맛이 완성되는 법이지요.
그러니 그대,
완벽한 재료가 갖춰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지금 손에 쥔 재료를 정성껏 비벼 내는 사람만이
결국 삶을 더 맛있게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인생이란 때로는
고추 당초 보다 더 맵고,
씀바귀보다 쓰며
때로는 짜거나 싱거운 날도 있겠지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양념을 더하고
감사라는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삶은 언제든 다시 고소한 향을 피워 올릴 수 있어요.
우리 인생,
조금 뒤섞여도,
조금 번져도 괜찮습니다.
삶이란 어우러질수록 깊어지고,
다시 일어나 비벼낼수록 더욱 멋있어지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대 삶의 한 모퉁이에
고소한 참기름 같은 응원을 살짝 얹어 두겠습니다.
두 손 모은 기도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