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이 치워진 자리

절은 줄고, 줄은 늘다

by다소느림

2026년 추석, 차례를 지내는 집은 열 집 중 셋이다.

같은 연휴에 3,093만 명이 움직인다.

인천공항은 추석 연휴 기준 역대 최다 이용객을 전망한다.


사람들은 가장 많이 움직이고,

가장 적게 절한다.


의례


30%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이번 추석에 차례·제사를 지내겠다는 응답은 30%였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의 35%보다 5%포인트 낮고,

2023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곡선의 모양이 중요하다.


2023년 추석의 차례·제사 계획은 43%로,

전년 설 42%, 전년 추석 44%와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4년 추석에도 41%로 40% 수준이었다.


그리고 꺾였다.


2025년 추석에 2023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차례·제사를 지낼 것이라는 응답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1년 뒤 30%가 됐다.


완만한 하락이 아니다.

3년간 평탄하다가 최근 1년 사이 10%포인트가 빠졌다.


같은 조사에서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날 예정이라는 응답은 63%였다.

지난해 추석 68%, 올해 설 70%보다 낮다.

성묘·벌초·봉안당 방문 계획은 45%로 지난해 50%보다 줄었다.


의례도, 모임도, 성묘도 함께 줄었다.

다만 속도가 다르다. 차례가 가장 빠르다.


74.4%와 40.4%


더 긴 시계열은 다른 기관에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조사에서 추석에 차례상을 차린다는 응답은 40.4%로,

2016년 74.4%에서 34%포인트 줄었다.


10년 전에는 네 집 중 세 집이었다.

이제는 열 집 중 셋에서 넷 사이다.


두 기관의 문항과 표본이 달라 수치를 이어 붙일 수는 없다.

방향은 같다.


흥미로운 것은 인식과 실천의 간격이다.


같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차례·제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40%였다.

실제로 지내겠다는 사람은 30%다.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의 4분의 1이 스스로 내려놓았다.


버려지지 않은 것도 있다.

명절에 필요한 관습으로 가족 모임이 81%,

성묘·벌초가 67%,

친척 모임이 57%로 꼽혔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남았다.

그 마음이 담기는 형식이 차례상에서 모임과 성묘로 옮겨갔다.


통념과 어긋나는 숫자도 있다.


2024년 조사에서 30대 이상은 차례·제사 계획이 없는 사람이 과반이었지만

18~29세는 계획이 있는 사람 49%, 없는 사람 51%로 엇비슷했다.


"젊은 세대가 제사를 거부한다"는 서사와 다르다.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은 집안의 의례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차례를 끊는 결정은 대개 청년이 아니라 상을 차려온 부모 세대가 내린다.


명절의 의미도 이동했다.

추석의 의미로 '가족·친척 간 화합'이 45%,

'휴식과 재충전'이 43%로 거의 같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휴일'은 37%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늘었다.


17.9%


차례를 지내는 집도 방식이 바뀌었다.


GS샵이 2015년과 2025년 추석 직전 3주간 TV홈쇼핑과 모바일 앱 매출을 비교한 결과,

식품 매출 비중은 9.3%에서 17.9%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편의점도 같은 방향이다.

세븐일레븐의 2025년 추석 연휴 간편식 매출은

전년 추석보다 삼각김밥 23%, 도시락 15% 늘었다.


시장은 둘로 나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가족 상차림의 일부나 전부를 대신하는 전과 갈비와 나물을 판다.

편의점은 1인분의 명절을 판다.


상차림 비용 자체는 오히려 내려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조사에서

올해 추석 4인 기준 제수용품 25개 품목의 평균 구입 비용은

31만310원으로 전년보다 2.3% 낮아졌다.


비용이 내렸는데도 직접 차리는 집은 줄었다.


차례의 후퇴를 돈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줄어든 것은 비용이 아니라 노동을 감당할 의사다.


이동의 모순


44.2%와 2.8%


설문은 "여행 대신 고향"을 말한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조사에서 올해 귀성을 계획한 응답은 44.2%로

지난해 36.4%보다 7.8%포인트 늘었다.

국내여행은 23.2%에서 17.9%로,

해외여행은 5.7%에서 2.8%로 줄었다.


피앰아이 조사도 같다.

'고향(본가) 방문'은 35.7%에서 40.0%로 늘었고,

'국내 여행'은 24.2%에서 18.9%로 줄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여행 계획이 13%로 지난해 29%에서 크게 감소했다.

18~29세의 여행 계획은 5%에 불과했다.


세 조사 모두 같은 방향이다.


원인은 달력에 있다.

작년 추석은 개천절과 한글날에 임시공휴일까지 붙어 최장 10일이었다.

올해는 나흘이다.

비교 기준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22만 8,000명


그런데 공항은 반대를 말한다.


인천공항의 올해 추석 연휴 하루 평균 이용객 전망은 지난해 추석 21만8,000명보다 4.8% 많은,

추석 연휴 기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연휴 중 여객이 가장 많은 날의 전망치는

역대 일일 최다인 8월 2일의 24만7,200명보다 불과 182명 적다.


정부 조사도 설문과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한국교통연구원 통행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82.2%가 귀성 또는 여행을 계획했고,

이 중 여행 계획 비율이 32.7%였다.

그중 국내여행이 89.9%,

해외여행이 10.1%였다.


움직이는 사람 셋 중 하나는 고향이 아니라 여행지로 간다.

해외여행 의향은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공항은 역대 최다다.

이 모순을 풀 단서는 국경 밖에 있다.


올해 추석 연휴와 함께 일본의 실버위크가 19~23일,

중국 중추절이 25~27일,

국경절이 다음 달 1~7일로 이어진다.

동아시아 주요국의 연휴가 약 3주에 걸쳐 이어진다.


전조도 있었다.

중국 국경절과 겹친 작년 추석,

112 외국인 통역센터의 중국어 통역 접수는

하루 평균 37.2건으로 전년보다 약 82% 늘었다.


공항 수치는 출발과 도착,

내국인과 외국인을 모두 포함한다.

"역대 최다"에는 떠나는 한국인과 들어오는 외국인이 섞여 있다.


297만 명


연휴가 길면 해외로 빠진다는 말은 검증을 통과한다.


임시공휴일로 최장 9일이 된 2025년 설,

인천공항을 통한 출국 인원은 열흘간 214만1,000명,

하루 평균 21만4,110명으로 개항 이후 역대 설 연휴 최다였다.

전년 설보다 12.8% 늘었다.


같은 연휴 제주 방문객은 20만6,000명으로 전년 설보다 9.6% 줄었다.

공항은 채워졌고 제주는 비었다.


월간 통계도 같다.

1월 해외 출국자는 297만2,916명으로 전년 1월보다 7.3% 늘었다.

최장 10일 연휴가 낀 작년 10월에는 국민 해외관광객이 267만8,376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2.4% 늘었다.


다만 그다음 문장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수가 무너졌다."


한국은행 분석에서 2023년 추석과 2025년 설 연휴를 다른 명절과 비교했을 때

연휴 전후 4주간 일평균 카드 사용액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2025년 설 연휴에는 대면 서비스 소비가 소폭 줄고

해외여행 수요가 더 뚜렷하게 늘었다.


긴 연휴는 내수를 깎지 않았다.

살리지도 못했다.


내수 진작을 명분으로 지정된 임시공휴일이 남긴 결과는 그것이다.


짧은 연휴가 해외로 샐 소비를 국내에 붙잡는다는 전망도 있다.

연휴가 짧으면 이동 반경이 좁아져 국내 소비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가 그 가설의 첫 검증 사례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목의 구조


105와 57


대목에 대한 기대는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9월 소상공인 전망 BSI는 95.1로 약 3년 만에 최고,

전통시장 전망 BSI는 105.0으로 2023년 9월 이후 처음 기준선 100을 넘었다.

수산물 118.0, 축산물 116.1, 농산물 112.6, 가공식품 112.5 등

추석 성수품 업종이 일제히 기준선을 웃돌았다.


같은 조사의 다른 숫자가 있다.

8월 소상공인 체감 BSI는 60.6,

전통시장은 57.0에 그쳤다.


기대는 105다.

현실은 57이다.


전망 BSI는 기대치다.

추석 대목이 실적으로 이어졌는지는 10월 초 발표될 9월 체감 BSI로 확인된다.


3.2%와 20.0%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1% 올랐다.

전년 휴대전화비 반값할인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고,

이를 제외하면 2.5%로 추정된다.


기저효과를 뺀다고 체감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근원물가는 3.4%, 생활물가는 3.2% 올랐다.


광주는 조금 더 무겁다.

8월 전남광주 소비자물가는 3.2%,

생활물가는 3.6% 올랐다.


품목을 보면 대비가 선명하다.

배추는 25.6%, 토마토는 27.6% 내렸다.

경유는 20.0%, 휘발유는 12.0% 올랐다.


제수용 채소는 싸졌다.

기름값은 뛰었다.


기름값은 소비자에게는 이동비이고 가게에게는 운영비다.

한 품목이 양쪽을 동시에 누른다.


"차례상 비용 2.3% 하락"과 "체감물가 상승"은 모순이 아니다.

오른 것과 내린 것이 다를 뿐이다.


0.92%포인트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의 정체는 매출이 아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2분기 소상공인 동향에서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4,711만 원으로 전년보다 4.53% 늘었다.

평균 지출은 3,522만 원으로 5.83% 늘어 매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이익은 0.85% 증가에 그쳤고 이익률은 25.2%로 0.92%포인트 떨어졌다.


두 분기 연속이다.

올해 1분기 이익률도 23.5%로 전년보다 1.09%포인트 떨어졌다.


빚도 불었다.

2분기 개인사업자 대출연체금액은 15조2,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4.3% 늘었다.

비은행권 연체 비중은 4.1%로 은행권 0.6%를 크게 웃돌았다.


손님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남는 것이 사라졌다.


상인들이 말하는 "장사가 안 된다"는 대부분 "통장에 안 남는다"의 다른 표현이다.


2.7배


손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는 다른 곳에도 있다.


식당 예약 앱 캐치테이블 데이터에서 작년 추석 당일 점심 웨이팅은

명절 집밥 수요와 휴업이 겹쳐 평시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직후 3일간 평시의 2배 이상으로 뛰는 V자 곡선을 그렸다.

서울은 1.2배였고 지방 증가폭이 컸다.

경남·광주·전남이 2.7배였다.


연휴의 외식 수요는 폭발한다.

그런데 동네 상인은 장사가 안 된다고 한다.


두 말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쏠린 것이다.


줄 설 만한 집에는 줄이 두 배로 늘고,

줄 설 일 없는 집은 연휴 내내 빈다.

캐치테이블 데이터는 웨이팅을 거는 식당의 기록이다.

웨이팅이 필요 없는 동네 식당의 연휴는 이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다.


광주의 전통시장은 그 쏠림의 반대편에 있다.


올해 8월 폭염 속 양동·대인시장에서 한 채소 상인은 예전엔 하루 30만~40만 원,

많으면 50만 원 넘게 팔았지만 요즘은 10만 원도 못 번다고 했다.

같은 현장에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등 지원이 대부분 명절 대목에 집중돼

여름 비수기 상인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도 환급 행사는 명절 앞에 열렸다.

9월 16~20일 닷새간 광주 24곳,

전남 36곳 등 전통시장 60곳에서 진행됐다.


매출은 명절 두 번에 쏠린다.

지원도 명절 두 번에 쏠린다.

나머지 열 달은 상인이 혼자 버틴다.


61.0%


지갑을 채울 돈도 줄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인 기업은 61.0%였다.

지난해 지급했다가 올해 지급하지 않기로 한 기업 중 절반가량은 지급 여력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추석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는 응답은 45.2%,

비슷하다는 45.7%였고,

개선됐다는 응답은 9.1%에 그쳤다.


기업은 상여금을 줄였다.

소비자는 지출 부담을 말한다.

상인은 기대하다 실망한다.


대목은 존재한다.

다만 그 대목이 모두에게 오지는 않는다.


쉬지 못하는 자리


105억 4,000만 원


연휴가 쉼으로 바뀔수록 그 쉼을 떠받치는 노동은 덜 보인다.


전국 49개 노동관서가 9월 1일부터 21일까지 건설업 등

7,079개 사업장을 직접 감독해 총 105억4,000만 원의 체불을 적발했다.

고액 체불이 발생했거나 피해 근로자가 많은 59개 현장에는 지방관서 기관장이

직접 방문해 청산을 지도했다.


광주에서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15일 전문건설업체 대표 24명과 간담회를 열고

근로자 안전 확보와 임금 제때 지급을 위한 현장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105억 원은 적발된 금액이다.

전체 체불액이 아니다.

감독받지 않은 사업장의 체불은 이 숫자에 없다.


하도급의 끝단, 전문건설 현장의 일당 노동자에게

명절 전 체불은 해마다 돌아오는 계절이다.


제재는 강화됐다고 알려졌다.

2025년 10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3배 손해배상,

재직자까지 확대된 연 20% 지연이자,

출국금지 등 제재가 강화됐다는 것이 현장 노무사들의 설명이다.


601곳


경총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97.0%가 추석 연휴에 휴무를 실시한다.

휴무일이 4일인 기업이 76.5%로 가장 많았다.


이 숫자는 안심을 준다.

조사 대상을 봐야 한다.


전국 5인 이상 기업 601곳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질문 밖에 있다.

일용직도, 특수고용직도,

플랫폼 노동자도 질문 밖에 있다.


"추석에 며칠 쉬느냐"는 질문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이 있다.


다른 조사가 그 일부를 비춘다.

피앰아이 조사에서 추석 연휴 계획으로 '출근·업무'를 꼽은 응답은 8.4%였다.

열에 한 명꼴이다.


제3부에서 본 캐치테이블의 V자 반등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연휴 점심 웨이팅이 평시의 2배로 뛰는 동안 그 주방에서 일한 사람들의

근로시간과 휴일수당은 어떤 자료에도 없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명절 휴무 실태를 조사한 공적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7.7배


집 안의 노동도 있다.


차례는 빠르게 줄었다.

노동의 분담은 그만큼 빨리 바뀌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 국민시간이전계정에서 가사노동 흑자가 가장 큰 시기인

남성 38세와 여성 39세의 1인당 최대 흑자액은 남성 250만 원,

여성 1,919만 원으로 7.7배 차이가 났다.


부담의 기간도 다르다.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 기간은 58년,

남성은 12년으로 여전히 약 5배 차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4년 늘고 여성은 3년 줄었다.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속도는 차례의 후퇴보다 훨씬 느리다.


이 숫자는 평시의 숫자다.

명절에는 이 격차가 하나의 부엌에 압축된다.


차례상이 줄어도 가족 모임은 81%가 필요하다고 답한다.

상은 치워졌지만 손님은 여전히 온다.

손님을 맞는 손은 대개 같은 손이다.


닫힌 문의 안과 밖


1,145건


명절 치안 통계에는 두 개의 곡선이 겹친다.


작년 추석 연휴 전체 112 신고는 전년보다 4.4% 줄었다.

반면 가정폭력은 12.7%, 교제폭력은 21%, 아동학대는 14% 늘었다.


거리는 안전해졌다.

집 안은 그렇지 않았다.


9월 23일 공개된 경찰청 자료는 이 흐름을 시계열로 보여준다.


추석 연휴 가정폭력 신고는 2023년 5,623건, 2024년 5,246건, 지난해 8,017건이었다.

하루 평균은 937건에서 1,049건, 1,145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연간 일평균 신고는 2023년 632건, 2024년 648건, 2025년 793건이었고,

각 해 추석 연휴의 일평균이 이를 웃돌았다.


아동도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690건이었다.

하루 평균으로 비교해도 80건에서 약 99건으로 늘었다.


연휴가 끝난 뒤에도 흔적은 남는다.

2025년 여성긴급전화 1366의 하루 평균 상담은 832건이었다.

추석 연휴 직후에는 하루 1,251건으로 50.4% 늘었다.


숫자를 읽는 방법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연간 일평균 자체가 3년 사이 632건에서 793건으로 올랐다.

명절 증가분의 일부는 전반적인 신고 증가 추세다.

신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효과도 섞여 있을 수 있다.


명절은 폭력을 새로 만든다기보다 평소 흩어져 있던 갈등을 한 공간에 오래 가둔다.

명절은 폭력의 원인이라기보다 폭력이 드러나는 창이다.


그 창으로 보이는 것은 명절 준비를 둘러싼 갈등만이 아니다.

작년 추석 무렵에는 치매를 앓는 아내의 간병 문제로

30대 아들과 다투던 7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사건도 있었다.


명절은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동시에 가족이 떠안은 돌봄의 무게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날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명절 가정폭력 신고 수치는 공개 자료에서 분리돼 있지 않다.


824만 가구


모이는 명절에 모일 가족이 없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인 가구는 824만 가구로 일반가구의 36.6%를 차지해 역대 최대였다.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는 245만6,000가구로 한 해 전보다 7.3% 늘었고,

비중은 10.9%로 역시 역대 최대였다.


열 집 중 한 집은 혼자 사는 노인의 집이다.


광주는 이 변화가 더 가파르다.

2020년 대비 2024년 광주 인구는 2.9% 줄었지만,

1인 가구는 19만3,000명에서 23만2,000명으로 19.7% 급증했다.


도시는 줄어든다.

혼자 사는 사람은 늘어난다.


1인 가구의 명절은 외로움의 문제이자 돈의 문제다.

1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3,423만 원으로 전체 가구 7,247만 원의 46.1% 수준이다.


청년 쪽에서도 명절 공백은 넓어진다.

18~29세와 30대의 가족 모임 계획은 각각 52%에 그쳤다.

미혼자는 49%, 기혼자는 73%가 가족을 만날 계획이었다.


명절에 혼자인 청년.

명절에 혼자인 노인.

한쪽은 가지 않고,

한쪽은 찾아올 사람이 없다.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명절마다 오르는 이유가 그 사이에 있다.


5.3%


차례상이 줄어드는 동안 묘도 줄고 있다.


2024년 12월 말 기준 화장률은 94.0%다.

1990년대 중반까지 화장률은 20% 수준에 머물렀다.

한 세대 만에 매장과 화장의 자리가 뒤집혔다.


화장 이후의 선택도 바뀐다.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가 2013~2025년 장례 24만1,330건을 분석한 결과

수목장 선택 비율은 7.7%에서 33.5%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봉안당은 37.1%에서 34.2%로,

매장은 22.3%에서 5.3%로 줄었다.


매장 5%의 시대다.

새로 생기는 봉분은 거의 없다.

벌초는 이미 있는 묘를 돌보는 일이 됐고,

그 묘는 해마다 늙어간다.


그 묘를 돌보는 일은 대행업체에 맡겨진다.

전북 지역 산림조합 벌초 대행 이용은 2022년 6,301건, 2023년 6,599건, 2024년 7,434건,

2025년 7,096건으로 매년 7,000건 안팎이다.

지역별 기본요금은 9만~15만 원 수준이다.


직접 벌초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사고 통계가 말해준다.


충남소방본부 분석에서 지난해 예초기 사고 103건 중 41건(39.8%),

벌쏘임 사고 656건 중 191건(29.1%)이 60대에서 발생했다.

사고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전 9~11시였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벌쏘임 사고가 1,086명이었고 사망자가 2명이었다.

이 중 52.9%가 8~9월에 발생했다.


예초기를 메고 산에 오르는 60대.

그 세대가 고향의 묘를 직접 지키는 마지막 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 세대는 수목장을 고르고,

벌초는 전화 한 통으로 맡긴다.


9월 25일


광주·전남의 명절에는 다른 지역에 없는 공백이 있다.

공항이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은 닫혀 있다.

활주로 폐쇄 기간은 9월 25일까지로 알려졌다.

올해 추석 당일이다.


그날 문은 열리지 않는다.


국토부가 확정한 2026년 하계(3월 29일~10월 24일) 정기 운항계획에는

무안공항 노선이 한 편도 들어가 있지 않다.

이어질 동계 운항계획에서도 편성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도 막혔다.

광주시는 임시 대바카라으로 광주공항을 활용한 인천공항행 국내선을 거듭 요청했지만,

항공사들이 손실을 우려해 신규 취항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리고 9월 22일,

일정이 다시 밀렸다.


무안공항 활주로 일부에서 포장 내구성 저하가 확인돼

정부가 내년 하반기까지 보수·보강 공사를 추진한다.

점검단은 표면 균열과 시공이음부를 통해 포장층 내부로 스며든 빗물이

배출되지 못하면서 재료 간 접착력을 약화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지역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무안군의회는 21일 정부에 정밀검사 결과와 보수계획을 즉시 공개하고

구체적인 재개항 일정을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추진위원회는 11일 활주로 상태가

재개항 지연의 핵심 사유라면 연도별 점검자료와 최근 정밀점검 결과,

보수 필요사항과 향후 조치계획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 추진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서 질문의 방향이 바뀐다.


지금까지의 쟁점은 원인 규명보다 재개항을 서두르는 압박이었다.

이제 다른 질문이 더해진다.


참사가 일어난 공항의 활주로 포장 결함이 왜 1년 9개월이 지나서야 드러났는가.

참사 이전의 정기 점검 기록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는가.

그 기록은 왜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가.


그 사이 명절은 계속 온다.

광주·전남의 여행객은 인천과 김해와 청주와 대구로 향한다.


"해외 출국 역대 최다"라는 명절 뉴스는

이 지역에서는 다른 무게로 읽힌다.


무안공항 활주로의 연도별 점검 기록은 공개된 바 없다.


34.9%와 9.4%


명절이면 반복되는 기사가 있다.

"명절 뒤 이혼 급증."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2019년에는 9월 이혼 건수가 9,010건,

추석 다음 달인 10월이 9,859건으로 약 9.4% 늘었다.

2018년에는 9월 7,826건에서 10월 1만548건으로 34.9% 늘었다.

그러나 2019년까지 10년간 2011·2016·2017년은 예외였다.


증가 폭이 해마다 네 배 가까이 출렁인다.

늘지 않은 해도 있다.


협의이혼 신청도 같다.

2018년 추석 다음 달 협의이혼 신청은 1만2,124건으로 전달보다 33.9% 늘었지만,

2014년에는 0.5%, 2016년에는 1.3% 증가에 그쳤다.


연휴가 낀 달은 법원 업무일 자체가 줄어 다음 달에 접수가 몰린다.

이 효과만으로도 일정한 증가가 생긴다.


명절이 없는 나라에서도 비슷한 주기가 관측된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이혼 신청이 1년 중 두 달에 정점을 찍는 계절 패턴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부부들이 연말 연휴와 여름을 버틴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봤다.

연구 바카라임자는 연휴를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가 걸린 시기로 설명했다.


명절이 이혼을 만든다기보다,

이미 쌓인 결정이 가족 행사가 끝나는 시점에 실행된다고 보는 편이 숫자에 가깝다.


167마리


두 번째 통념은 "명절에 유기동물 급증"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서 2023년 추석은 연휴 6일간 1,000마리가 구조됐다.

연휴가 5일이던 2024년 추석에는 612마리,

4일이던 2022년 추석에는 560마리였다.


총량으로 보면 연휴가 길수록 많다.

하루 평균으로 나누면 다르다.


2023년 약 167마리, 2024년 약 122마리, 2022년 140마리다.

5일 연휴의 하루 강도가 4일 연휴보다 낮다.

연휴 길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계절 효과도 있다.

과거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분석에서 2010~2012년

추석 전후 한 달 유기견 수는 그 전 한 달보다 10~25% 줄었다.

유기동물은 여름철에 가장 많고 가을로 접어들며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공백이다.


최장 10일이던 작년 추석을 앞두고 동물보호단체들은 역대 최악의 유기 사태를 우려했다.

연휴가 끝난 뒤 실제 구조 수치를 확인한 보도는 찾기 어렵다.


경고는 있었다.

검증은 없었다.


작년 10일 연휴의 하루 평균 구조 수와 올해 4일 연휴의 수치를 비교하면,

연휴 길이와 유기의 관계가 처음으로 판정된다.


할인의 방향


세 번째 통념은 "역귀성이 대세"다.


근거로 흔히 인용되는 것이 철도 역귀성 할인이다.

그러나 할인은 좌석 여유가 예상되는 역귀성 노선 위주로 적용된다.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한 할인이다.

역귀성이 늘었다는 신호가 아니라,

아직 역방향 좌석이 남는다는 신호에 가깝다.


네 번째 통념은 "연휴가 내수를 살린다"다.

제2부에서 본 대로 한국은행은 연휴 전후 카드 사용액에 큰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연휴는 돈을 더 쓰게 하지 않는다.

쓰는 장소를 옮길 뿐이다.


다섯 번째는 "명절에 가정폭력이 는다"다.

이것은 사실이다. 3년 연속 연휴 일평균이 연간 일평균을 웃돌았다.


착각인 통념은 매년 기사가 된다.

사실인 통념은 가장 덜 이야기된다.


반론


명절 해체론


균형을 위해 반대편의 사실도 정리해야 한다.

명절이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은 과장이다.


가족 모임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1%다.

성묘·벌초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67%다.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날 예정인 사람은 여전히 63%다.

올해 귀성 계획은 오히려 늘었다.


명절의 형식은 줄었다.

명절의 기능은 대부분 남아 있다.


연휴 해외여행도 그 자체로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여행은 개인의 선택이다.

한국은행 분석대로 긴 연휴가 국내 카드 사용액을 뚜렷하게 깎았다는 근거도 없다.


가정폭력 신고 증가도 전부 폭력의 증가로 읽을 수 없다.

연간 신고 자체가 3년 사이 25% 늘었다.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무안공항의 재개항 지연은 안전을 위한 것이다.

결함이 확인된 활주로를 서둘러 여는 것은 참사의 교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역의 조속한 재개항 요구는 경제적으로 절박하지만,

안전 점검을 이유로 한 지연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상인들의 어려움도 명절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익률 하락은 두 분기 연속이고,

체감 BSI 부진은 명절과 무관하게 지속돼 왔다.


즉 현재의 상태는 명절 문화의 붕괴보다 가족 구조와 노동 구조와 자영업 수익 구조의 변화가

명절이라는 창에 동시에 비친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그 사정이 설명 바카라임까지 면제하지는 않는다.


명절 대목 지원이 두 번의 명절에만 집중되는 설계,

5인 미만 사업장이 휴무 조사에서 빠지는 구조,

명절 가정폭력의 지역별 수치가 분리되지 않는 관행,

해마다 경고만 하고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 보도,

참사가 난 활주로의 점검 기록이 비공개로 남는 결정은

외부 환경과 무관한 제도와 기관의 선택에 속한다.


검토에서 도출되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명절 이동 통계가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분리돼 공개돼야 한다.

"역대 최다"라는 표현이 무엇의 최다인지 모르는 상태로는 연휴 정바카라도,

관광 정바카라도 설계될 수 없다.


둘째, 명절 휴무 조사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장돼야 한다.

쉬지 못하는 노동이 가장 많은 구간이 조사에서 빠져 있다.


셋째, 명절 전 체불 감독의 결과가 지역별로 공개돼야 한다.

전국 합계 105억 원만으로는 광주의 전문건설 현장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넷째, 전통시장 지원이 명절 대목에서 비수기로 분산돼야 한다.

매출이 쏠리는 시기에 지원까지 쏠리는 설계는 나머지 열 달의 공백을 키운다.

환급 행사의 매출 효과도 공개돼야 한다.


다섯째, 명절 기간 성별 가사노동 시간이 측정돼야 한다.

차례가 줄어드는 속도와 노동 분담이 바뀌는 속도의 차이가 확인돼야 명절 갈등의 원인을 말할 수 있다.


여섯째, 명절 가정폭력 통계가 지역 단위로 분리되고,

연휴 직후 상담 연계 체계가 명절 기간에 맞춰 강화돼야 한다.

연휴 직후 1366 상담이 50% 늘어난다는 사실은 대응의 시점이 연휴 뒤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일곱째, 명절 기간 고령 1인 가구의 안부 확인이 제도화돼야 한다.

광주처럼 인구는 줄고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도시에서 명절은 돌봄 공백이 가장 커지는 시기다.


여덟째, 명절 통념에 대한 사후 검증이 보도 관행이 돼야 한다.

유기동물 급증 경고는 매년 나오고 결과 확인은 없다.

경고가 사실이었는지 확인하지 않는 보도는 다음 경고의 신뢰를 깎는다.


아홉째, 무안공항 활주로의 연도별 점검 기록과 정밀점검 결과가 공개돼야 한다.

재개항을 서두르자는 쪽도, 늦추자는 쪽도 같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확인되지 않는다.


열째, 명절을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차례상 논쟁과 며느리 갈등의 틀로만 명절을 말하면,

체불과 쏠림과 고립과 닫힌 하늘길은 각각 별개의 사건이 된다.


이 글이 확인한 사항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 추석 차례·제사 계획은 30%로 2023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다.

2025년 처음 40% 아래로 떨어진 뒤 1년 만에 10%포인트가 빠졌다.

10년 전 74.4%였던 차례상 차림 비율은 40.4%가 됐다.


차례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40%,

실제로 지내는 사람은 30%다.

가족 모임은 8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명절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휴일로 여기는 응답은 37%다.


18~29세의 차례 계획은 2024년 49%로 30대 이상보다 높았다.


설문은 귀성 증가와 해외여행 감소를 말한다.

인천공항은 추석 연휴 역대 최다를 전망한다.

올해 추석은 일본과 중국의 연휴와 3주에 걸쳐 포개진다.

두 숫자를 가를 내·외국인 분리 자료는 없다.


긴 연휴는 해외 출국을 늘렸다.

2025년 설 출국은 역대 최다였고 제주 방문객은 9.6% 줄었다.

그러나 연휴 전후 카드 사용액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전통시장 전망 BSI는 105였고 체감 BSI는 57이었다.

소상공인 매출은 4.53% 늘었지만 이익률은 0.92%포인트 떨어졌다.

광주 물가는 3.2%, 경유는 20.0% 올랐고 배추는 25.6% 내렸다.


연휴 외식 수요는 추석 직후 평시의 2배로 뛰고,

광주·전남은 2.7배였다. 같은 시기 양동·대인시장 상인은 하루 매출이 10만 원도 안 된다고 했다.


3주간 적발된 체불은 105억4,000만 원이다.

명절 휴무 조사는 5인 이상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가사노동 부담은 여성이 남성의 7.7배다.


추석 연휴 가정폭력 신고는 3년 연속 늘어 하루 1,145건이 됐다.

전체 112 신고가 4.4% 줄어든 해에도 교제폭력은 21% 늘었다.

연휴 직후 1366 상담은 50.4% 늘었다.


1인 가구는 824만 가구, 고령 1인 가구는 245만6,000가구다.

광주 인구는 2.9% 줄었고 1인 가구는 19.7% 늘었다.


매장은 5.3%로 줄었다.

예초기 사고의 39.8%를 60대가 당한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폐쇄는 추석 당일까지로 알려졌고,

9월 22일 활주로 보수가 내년 하반기까지로 발표됐다.

점검 기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명절 뒤 이혼 증가율은 해마다 0.5%에서 34.9%까지 출렁인다.

명절 유기동물의 하루 평균은 연휴 길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역귀성 할인은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명절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은 오래 반복됐다.

그 말 덕분에 논쟁은 차례상과 며느리와 해외여행에 머물렀고,

정부는 이동 인원과 차례상 비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명절을 설명했다.


그동안 체불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남았고,

대목은 줄 서는 집으로 쏠렸으며,

집 안의 폭력은 해마다 더 드러났고,

혼자 사는 사람은 도시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빨리 늘었고,

하늘길은 닫힌 채 또 한 번의 명절을 맞는다.


차례상은 치워졌다.

그 자리에 무엇이 놓였는지 알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명절이 모두의 휴일이 되어가는 지금,

그 휴일은 모두가 편안한가.